연재한 글을 지면으로 옮겼습니다.
시작은 일기에 썼기에 정확히 기억하기를 군생활 중인 2022년 11월 4일이었다. 그전부터 글은 써 왔기에 뜻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확신에 가까운 다짐을 하게 된 것은 저 날이 처음이었다. 무엇에 관한 짧지 않은 내 졸견을 장문으로 남긴 적이 더러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것들에 관한 나의 이야기가 남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치 못한 것도 있었고, 세월이 쌓이며 그것에 관한 나의 지식과 자양이 더해진 까닭도 있었을 테다. 그랬기에 이미 마무리된 글들이 지금의 눈엔 못내 아쉬운 결과물처럼 느껴지지만, 완성된 글에 조금씩 수정을 하는 모양이 좋지는 않으니 아예 커다란 테마 아래 다시금 써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한 권의 책 안에 그 모든 소회를 풀겠노라 마음먹게 되었다. 사실 범인(凡人)과 출판은 어울리지 않다는 개인적인 편견이 있었다. 책을 쓴다는 것은 소위 글로 먹고 사는 자들이나 혹은 ‘저서’라 이름 붙일 정도의 다수의 목록을 내는 높으신 분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책을 써 출판하는 경우는 극히 적으니, 책을 내게 된 순간부턴 범인이 아니게 된다는 오랜 편견이 있었다. 그래서 출판이라는 말이 지금도 어색하다. 그래서 이 순간은 내가 할 수 있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나에게는 병이 있다. 나의 의견, 나의 생각을 누군가나 어딘가에 개진하지 못하면 마음이 답답하고 심히 우울해지는 병이 있다. 어떠한 분야를 두고 나와 그 애정의 정도가 상응하는 이를 만나 끝장을 볼 때까지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슬프게도 오프라인의 면대면으로는 그런 순간을 잡기 쉽지 않다. 그렇다 하여 나와 취미가 상통하지 않는 이를 앉혀 두고 일방적으로 나의 즐거움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상대에게 크나큰 무례일 테니. 그래서 나를 위한 곳을 만들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과 분량에 제약 받지 않고 나의 모든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곳을. 스스로에겐 작지 않은 이 프로젝트 안에서 마음껏 쏟아내겠다 다짐한다.
당연히도 어떤 권위도 없으며, 다행히도 어디의 연고도 없다. 다만 그저, 21세기를 살아온 한 어린 인간의 시선에서 21세기의 사반세기를 지나는 즈음에 이 글을 완성한다면 괜찮은 허울의 기념도 되고 개인적인 목표도 되리라 믿으며 이 글을 시작한다. 글을 쓰게 된 데에 많은 도움을 준, 또 글을 쓰면서 많은 도움을 준 친구와 멘토와 수많은 예술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