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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가 덮친 지구 종말의 날.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에 갇힌 연구원과 어린 아들이 탈출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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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보단 숲을 봐라' 라는 격언이, '나무를 전혀 보지 말고 숲만을 봐라'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재난영화의 왕도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관객은 재난의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안나가 눈을 뜨자마자, 아니 어쩌면 눈을 뜨기 이전부터 그 공간의 재난은 벌어지고 있었던 상황. 관객은 다분히 사건의 한가운데에 던져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위험에서의 탈출, 재난을 마주할 때의 다양한 인간군상, 도움을 주는 자. 재난영화의 익숙한 것들은 함유되어 있지만 한 번의 확장이 상당히 빨리 제시된다. 재난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닌, 새 인류를 만들어야 한다는, 어쩌면 관객이 부담스럽다 느낄 만한 정도의 야심.
SF의 전환이 다소간 흥미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한편 한 번의 반전은 자인이가 만들어진 아이인 '뉴맨-77'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의 초반부터 붙들고 있던 거의 모든 설정들이 흔들리는 와중 가장 강력한 반전이 터진다. 오프닝부터 흘러왔던 씬들이 다시 반복되지만, 동시에 우리가 봐 왔던 장면들과 조금씩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앞과는 조금 다른 대사들이 등장하며, 말하자면 이야기의 진행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제시되는 것들을 관객은 마주한다. 이것은 시뮬레이션이자, 루프물이며, 딥러닝의 과정인 것이다.
우리가 붙들고 있었던 설정들이 온통 허물어지는 것으로 인해, 또 우리가 시작부터 봐 왔으며 기대하고 있었던 '재난물'이라는 것과 사뭇 다른 형태가 되어감에 따라 장르적인 쾌감들이 상당히 퇴색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감독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며 다소간 희생하고 포기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본작에서 더욱 의문을 품고 싶은 것은 '서술'의 영역이다. 재료만 놓고 보면 이보다 흥미로운 조합이 또 어디 있을까. '재난'과 'SF'라는 무대 위에 딥러닝(루프)과 가족 서사라는 주인공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그 흥미로운 설정들을, 관객이 이제껏 받아들여왔던 정보들을 스스로 배반하고 폐기해야 한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의 방식으로 다루는 한편, 새로운 요소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울 만큼 막무가내로 제시해 놓는다. 어쩌면 이성의 극한처럼 다가오는 딥러닝이라는 분야에서,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부분이 '모성'이라는 어쩌면 영원히 비이성적일 요소라는 것이 흥미로운 발상인 점이 있지만, 좋은 기획이 좋은 영화를 보장할 수는 없다.
야심도 재능이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모든 감독이 매 작품을 만들 때 이 영화로 역사에 남을 마스터피스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무장할 필요까지는 없다 생각하지만, 큰 야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본이 거의 필수적으로 필요한) 영화라는 예술을 창작하는 감독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한 면에서라도 나는 본작을 일부의 의견처럼 졸작 중에 졸작이라고 평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감상에선 분명 흥미로운 지점들이 (기획 뿐만 아니라 영화 내적의 순간 순간들에서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 영화를 평작 이상이라고 평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좋은 야심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유려하게 매만지지 못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야심일 테니 말이다.
대중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얻는 명작 리스트는 아마도 IMDB TOP 리스트일 것이다. 그야말로 대중들이 주가 되어 평가하는 이 리스트는 10명의 극렬한 지지보다 30명의 '평균 이상의' 지지를 받는 작품이 상위에 랭크하기 쉽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작은 대부분의 감상자들이 '평균 이하의 지지'를 보낼 것만 같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 부분에선 안타까움이 드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