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는 무엇보다도 우선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다. 형형색색한 가상 세계를 미술적으로 표현함에 있어 리얼리티보단 '만화적임'을 택한 것에서 오는 귀여움이 있다. 주인공을 맡은 마고 로비를 보고 있노라면 그녀는 이제 한 편의 작품을 홀로 지탱할 수 있는 아우라를 가진 배우라는 확신이 들게 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외에도 <매트릭스>나 <플레이타임> 등을 오마주한 듯한 그레타 거윅의 재기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영화로 비춰지고 싶지 않은 영화의 의도가 드러난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연대와 전복'이 이루어진 후, 균형을 맞추듯 켄의 위치를 찾아주는 순간들이 포진되어 있다. 다만 그것들이 감독의 상술한 의도가 너무나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 말하자면 작위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영화라는 매체에선 '메시지'보다 '메시지를 말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그렇기에 이 영화의 메시지에 일백 퍼센트 동조한다 할지라도, 이 영화와 같이 그 메시지를 심히 촌스러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행태를 두고는 절대 높은 평은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 영화는 모든 것 위에 '자신들의 메시지'가 있는 영화다. 태생적으로 <의지의 승리>와 다를 게 없다. 바비와 바비랜드를 꾸민 미술적 역량이 아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