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시간을 견딜 것만 같은 호러의 마스터피스.
편집의 완급 조절이 탁월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후반부 구마 의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어떤 'active'한 순간들은 그 절정의 지점에서 미련없이 다음 단계로 극을 진행시킨다.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레건의 침대가 미친 듯이 흔들려도, 그 순간의 리액션을 넘치도록 담는 것보단 다음 시퀀스로의 준비를 다한다.
카라스의 캐릭터 자체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다. 신학 혹은 전통적인 과거로 대변되는 신부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한편, 과학 혹은 현대적인 '하버드의 정신질환학'을 공부한 의학도라는 위치를 함께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극중 카라스는 이 두 위치에서 저울질한다. 크리스가 카라스에게 자신의 딸을 부탁하며 건네는 "의사가 아니라 신부로서 만나주세요"라는 말이 그래서 의미심장하고, 구마 의식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레건에게 청진기를 가져다 대는 장면이 필요한 것이다.
진지하게 <엑소시스트>의 비전을 정의한다면 전도 영화다. 마치 전도 영화이지만 그 어떤 이에게도 전도를 위해 이 영화를 보여줄 수는 없는 그런 영화랄까. 그렇기에 카라스가 종국에 이르러 의학 대신 신학을 택하고, 88명의 의사들을 위시한 현대 대신 수십 년 전 부터 파주주와 대결하던 메린을 위시한 과거가 이기는 까닭이다.
린다 블레어의 연기를 언급하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에서의 그녀의 연기는 투혼에 가까웠다. 아역으로 분류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들 중 가장 인상적인 연기로 한 손에 꼽히기에 충분했다. 대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우아한 퍼포먼스를 매번 보여준 막스 폰 시도우 옹의 연기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50년 전 영화에서 이런 압박감과 텐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과, 반 세기 전의 장르영화가 나를 이렇게까지 온통 휘감아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존경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