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의 티를 버리지 못하는 호이트와, 베테랑의 정도마저 넘어서 능글맞고 더티해 보이기까지 하는 알론조의 모습이 대비된다. <트레이닝 데이>는 진 주인공인 알론조의 정체성이 '반달'인지 혹은 '세상과 타협한 경찰'인지를 놓고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더러운 방법이지만 분명한 성과를 보이는 알론조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우리는 판단에 제법 어려움을 겪는다. 이 인물이 '알고 보면 선인'인 것인지, 혹은 이 미친 세상에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인 것인지.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알론조를 향한 영화의 스탠스는 후자의 정도를 넘어 그를 절대적인 악역으로 상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살인을 종용하다 기어코 스스로 사람을 쏴 죽인 뒤 철저하게 알리바이를 위장하는 그를 우리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세상의 역설을 너무나 환히 꿰뚫고 있는 알론조. 그가 역겨운 까닭은 그가 조롱해 마지않는 경찰 조직의 생리가 이 세상에도 버젓이 존재함을 우리 역시 짐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힙합을 이미지화한 듯 찰진 쇼트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만 에피소드 각각에만 너무 힘을 준 것인지 툭툭 내뱉기만 하는 느낌으로 인해 플롯의 밀도가 낮은 느낌이 아쉽다. 제법 볼 만하지만 지나치게 단독적인 색채가 강한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액션씬이 그렇다.
영화는 버디 무비의 겉옷을 입고 있지만 그 무게는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 듯 보인다. 영화를 지배하는 덴젤 워싱턴의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다. 에단 호크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이 영화는 덴젤 워싱턴의 독무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