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장르는 주인공인 두 배우의 고유한 매력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다. <카사블랑카>는 멜로 장르의 그러한 왕도를 만든 작품이자 아직까지도 멜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에 있어 눈부신 성취를 남긴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험프리 보가트는 깊은 그늘과 희미한 빛을 함께 지니고 있는 배우다. 그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는 당연하게도 거대한 어둠이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영화는 그러한 이미지를 활용한다. 릭의 첫 등장은 험프리 보가트의 첫인상과 같다. 시니컬하고 냉정하기만 한 듯한 그의 기계적인 행동들. 그는 이미 삶에 지친 지 오래인 것 같아 보인다. 가슴 설레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한가히 돈이나 버는 현실을 지속하고 싶은 듯 하다. 그러나 일사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바뀐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나는 이런 표현으로 나타내고 싶다. '세상에서 눈이 가장 깊은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미소는 반칙에 가깝다. 상대방의 액션, 상대방의 대사를 별다른 말과 행동 없이 오직 눈빛만으로도 리액션할 수 있는 눈빛을 가지고 있다.
40년대의 유명한 기조였던 필름 느와르스러운 연출들이 <카사블랑카>에 가득하다. 조명은 인물들에게 역광으로, 혹은 높은 곳에 위치하는데, 이는 인물들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혹은 그 그림자로 얼굴을 모두 가려버리기도 한다. 자연스레 분위기는 어둑어둑해지고 이미지는 느와르의 형태를 띠게 된다. 말하자면 <카사블랑카>는 '일부'의 영화다. 그들의 조국은 일부만 남았고, 둘은 아직 사랑의 일부가 남았고, 카메라는 그들을 일부만 보여준다. 카메라워킹은 직관적이며, 보여주려는 곳으로 곧장 향하지만, 그러나 유달리 어두운 조명이 그 이면의 것을 짐작하게 한다. 조명 하나로 평면의 영화가 얼만큼의 입체감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해답을 알고 싶다면 40년대 필름 느와르, 그 중에서도 <카사블랑카>를 추천하고 싶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는 구절 자체로는 시적이지만, 영화에 총 4번 등장하는 그 대사 중 마지막 장면에서의 감정적인 임팩트를 생각한다면 이는 분명한 오류다. "Here's looking at you, kid"는 달리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이렇게 바라보고 있잖아"라고 주로 번역되는 듯 하다. 그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