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게 인물들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각본이 눈에 띈다. 난데없는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어머니와의 대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선 주인공 빈프리트의 성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수영장에서 서비스를 왕창 시키는 모습, 보그만과의 애정씬에서 "독기 잃기 싫어." 등의 대화에서 이네스의 캐릭터 또한 엿볼 수 있다.
가족을 다루는 모든 창작물은 그 결과물이 보수적이고 진부한 가족주의로 향하는 것이 아닐지에 대한 과제가 놓여진다. 보수적인 가족주의가 나쁘다는 것보다도, 정해진 결과를 가지고 교조적인 '교훈질'만 늘어놓은 일련의 가족영화들은 나는 정말 싫어하는 편이다. 영화는 두 주인공들을 불완전한 인물들로 묘사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상처를 미묘하게 드러내기도 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은연중에 표현하기도 한다. 마냥 차가운 마무리가 아니면서도 또 마냥 입에 바른 소리로 영화를 땜질하지 않는 감독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세대, 남녀, 국적 간의 갈등과 대립은 영화의 레이어를 한층 두텁게 만들어주기에 훌륭하다. 3대(전후세대-68세대-신자유주의세대)를 관통하는 빈프리트 가정의 갈등과, 루마니아인들과의 미묘한 위계가 느껴지는 순간들은 이 영화가 정말 탁월한 사회드라마라는 이유를 입증한다.
산드라 휠러라는 배우를 이 영화에서 처음 봤다. 엄청나다. 빈프리트 역을 맡은 페터 지모니셰크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산드라 휠러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흘러가는 순간에는 개성을 죽이면서도, 방점을 찍어야 하는 순간에선 확실하게 능력을 보여준다. 이제야 이 배우를 알게 된 내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