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

2025 · 폴 토마스 앤더슨 · 미국
🏆 아카데미 작품상🏆 아카데미 감독상🏆 골든글로브 작품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후보 ·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후보 · 아카데미 촬영상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포스터
162분 · 스릴러 · 범죄 · 코미디 · 15세 이상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숀 펜, 체이스 인피니티, 베니시오 델 토로 · 음악 조니 그린우드 · 촬영 Michael Ba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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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외치는 혁명가 밥 퍼거슨. 16년이 흐른 뒤, 후유증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무너진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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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세대, 혼돈과 사랑이 충돌하며 폭발하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가장 유쾌하고도 진심 어린 혁명극

쓸데없는 의문이었지만 본작 전까지는 PTA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분명 흥미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는 사실은 이미 필모그래피 내내 증명해낸 감독이었지만, 그야말로 순수하게 오락적인 면모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는 감독일까?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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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당황스러울 정도로 ‘상업영화 문법스럽게’ 거침없는 서사의 전진을 보여주는 PTA. 그러나 그 거침없음이 싫지 않다. 특히나 용산의 스크린에서 본다면, 매우 넓은 공간감과 현장감을 전달받게 된다. <테넷>을 보는 듯한 매우 공격적인 오프닝은 자연스레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훌륭한 상업영화적’ 오프닝이지만, 이와 이어진 퍼피가 록조를 흥분시키는 장면을 마주하고선, 역시 PTA는 똑바로 가는 법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하게 된다. 마치 <부기 나이트>나 <매그놀리아>의 PTA 초기작으로 돌아간 듯한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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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배틀>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넘치는 만족감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작금의 시대상을 예리하고도 독창적으로 포착한 미학적인 면모를 음미하고 분석하는 접근으로서 흥미롭지만, 그저 한 편의 ‘엔터테이닝’한 오락을 즐기겠다는 태도로 접근해도 넘치도록 만족스럽다. 팻이 전화를 받으며 발광하면서부터 옥상에서 떨어져 경찰들에게 잡히기까지의 일련의 개그 시퀀스나, 어머니는 배신자였다며 욕하는 샬린과 네 어머니는 영웅이었다며 반박하며 싸우는 록조의,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가 집약된 우스운 순간들이 후자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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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의 논리가 엄청나다. 입으로는 혁명을 칭하지만 행동으로는 그저 감정적이고 막무가내식 약탈을 벌이는 장면을 병치시킴으로써 보여주는 퍼피의 비행, 동료의 위치를 말하라 협박하는 록조의 숏에 바로 이어지는 핸드헬드와 다급한 ‘프렌치 75’ 일원들의 모습들이 퍼피의 배신을 암시한다. 세 인물이 나란히 달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카체이싱 씬을 위해 인물들의 행적을 쌓아 두는 논리 또한 돌아보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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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반부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는 것은 매우 독창적인 카체이싱 시퀀스. 지금껏 다양한 형태의 카체이싱을 봤지만 본작의 후반부 장면 같은 기이한 형태의 카체이싱은 본 적이 없다. 탁 트인 평지에서 미친 듯한 속도감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형태가 아니며, 앞차가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하는 언덕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도로가 무대인 카체이싱.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차들의 속도지만 전방이 보였다 가려졌다 하는 그 이상한 공간 덕에 정말 이상한 긴장감이 부여된다. 캘리포니아의 보레고 스프링스에서 애리조나 국경 사이에 있는 그 하이웨이 공간은 거의 존 포드 작품들 속 모뉴먼트 밸리 같은 이상한 공기가 느껴지는, 그야말로 영화적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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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적으로 <원 배틀>은 존재에 대한 영화다. 존재를 잃어버린 존재 팻, 자신의 존재를 정립해가기 시작하는 샬린,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여전히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퍼피, 음지를 지향하지만 모두를 도와주는 존재 ‘사부’, 권위적 존재의 화신인 팀과 버질 등의 크리스마스 클럽, 욕심 많고 위선적인 존재 록조. 비단 본작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는 카체이싱은 오르락내리락하는 도로에서 카메라 안에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차들을 통해,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출몰하고 흔들리는 과정 속에서만 확인되는 ‘존재’의 형태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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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영화라며 극찬하는 몇 의견들을 보면서, 이 영화는 명백히 왼편의 영화다. 다만 좌‘편향’되어 있진 않을 뿐이다. 영화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하여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의 정도와, 그것을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예술 작품들의 정치적 스탠스가 좌쪽이기에 본작의 스탠스가 상대적으로 덜 신선하긴 하다.) <원 배틀>은 양측을 모두 비판하고 있지만, 우파의 편은 도륙을 내듯 바라보며, 좌파의 편은 충고와 온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지 않았다면 비겁하게 도망쳤던 겁쟁이 페퍼를 굳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딸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화자로 재차 등장시키지 않았을 것이고, 영화의 엔딩에서 다시금 자신의 어머니처럼 혁명을 위해 길을 나서는 윌라를 그러한 온정 어린 시선으로 비추지 않았을 것이다. 실패하고 비겁했던 나이 든 세대가, 이제 시작하는 젊은 세대에게 보내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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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한 쪽을 편드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거부감 들지 않는 까닭은 가족영화라는 테마에 그것을 녹여냈기 때문이었으리라. 자신의 손으로 ‘해결사’를 처치한 뒤, (팻이 친부가 아님을 알고 나서인 상황에) 팻에게 총을 겨누며 “당신 누구야”라며 묻는, 질문과도 같으며 외침과도 같은 샬린의 사실상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성장 영화의 통과의례처럼 ‘과거를 뱉어냄’이란 정서를 상징하는 인상적인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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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PTA의 여느 작품들처럼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를 펼치진 못한다.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흥미도 덜한 편이다. 물론 이 점은 본작을 상대적으로 ‘상업 영화적인’ 형태로 내놓은 PTA였기에 ‘선택과 집중’에 의한 결과였을 테다. 이 조금의 아쉬움을 제외하고선, 너무나 시의적절하고, 아마도 2025년의 최고작이며, 아마도 이견 없을 폴 토마스 앤더슨의 가장 재밌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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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와 베니시오 델 토로의 ‘액션’적인 표정 연기는 이제는 국밥과도 같으며, 숀 펜의 연기는 아마도 이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 중 단연 으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체이스 인피니티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반짝거리는 신인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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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아주 드물게 2주라는 짧은 텀만에 극장에서 재관람한 작품이다. 영화의 마지막 그 카체이싱이 용아맥 1.43:1의 화면비에서는 어떨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사실상 2회차는 그 카체이싱만을 보러 간 셈이었다. 결론적으론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하나의 씬이 진행되는 와중 매 초 두근두근한 경우는 이 카체이싱 씬 이전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 참으로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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