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점인 1941년은 할리우드의 황금기이다. 시간을 이겨내고 현재까지도 고전으로 회자되는 위대한 걸작들이 이 무렵 쏟아져 나왔으며, 상업적으로도 이전보다 몇 단계 성장한 시기가 이 무렵이었다.
그렇기에 이 시기 할리우드에는 재능 가득한 수많은 작가들이 넘쳐났을 것이다. 제작자들은 라이벌 업계들을 이기기 위해 작가들의 두뇌를 착취했을 것이며 그들은 창작의 고통에 매일 밤을 시달렸을 것이다. 극중 바톤 핑크가 만나는 빌 메이휴와 같은 정신이 피폐해진 작가들이 할리우드의 수많은 호텔에 몇 명이나 있었을지.
바톤 핑크가 거주한 호텔의 방을 그의 뇌 속이라 생각하면 흥미로운 관점으로의 해석이 가능할 듯 싶다. 신경을 언짢게 하는 모기와 뜯어지는 벽지를 그의 혼란스런 정신 상태로 상정한다면, 그 안의 바톤 핑크와 이웃 찰리는 바톤 핑크의 양면적인 인격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극중의 바톤 핑크는 소심하고 억압되어 있지만, 찰리는 적극적이고 감정을 밖으로 분출하는 인물이다. 그의 인격 중 하나인 찰리는 호텔에 불을 지른다. 공상으로만 가득한 산발적인 아이디어는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없기에, 바톤 핑크는 호텔을 떠날 수밖에 없다.
바톤 핑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말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진정한 연극'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흥분하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쏘아대지만 상대방이 말을 시작할 때면 귀찮음을 숨기지 못한다. 코엔 형제는 어떤 예술가들을 비판한다. 당신들의 머릿속에 있는 산발된 "아이디어"들을 당신의 창작물로, 당신의 재능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그래서 <바톤 핑크>는 모두를 존중하고 모두를 비판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