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차고도 넘치는 기술적 진보를 이뤄낸 작금의 시점에서 고전에 헌사를 보내는 방식은 그저 흑백 필터만을 씌워 얼추 느낌을 살리려 하거나 혹은 지금의 시선에서 과거를 '재해석'하는 시도의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누벨바그>는 그 태생적인 격차를 거꾸로 돌파해 진정 그 시기 한가운데를 복원하고자 한 흥미로운 시도다. 흑백의 영상에는 의도적으로 과거의 질감과 효과를 입혔으며, 자막의 스타일마저 선명하지 못하고 흐릿해 위화감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다. '과거를 만든 현대'가 아니라 정말로 과거에 만든 작품을 지금 상영하는 인상을 준다.
더군다나 본작의 형태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네 멋대로 해라>라는 작품을 제작하는 기간을 다룬 메이킹 필름의 형태이다. 영화의 장면들은 <네 멋대로 해라>의 장면들을 다른 구도에서 촬영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네 멋대로 해라>의 장면들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지점은, 링클레이터가 <네 멋대로 해라>의 구도와는 다른 구도로 담는 장면들이 '그 영화'와 '그 영화를 만든 연출자'와 '그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에 대한 애정의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에 있다. <누벨바그>는 젊은 에너지,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괴짜와 같은 야망,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라는 것을 사랑했던 그때의 영화인들에 대한 러브레터와 같은 영화다. '현실을 촬영'하고자 하는 연출자에 맞서 '촬영의 현실'을 역설하는 제작자의 갈등 등 '촬영 현장'이라는 것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 담고는 있는 작품이지만 그것을 아득히 덮어버리고도 남을, 영화에 대한 극단적인 낙관주의로 가득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에게 기대했던 것이 이보다는 더 컸던 것 같다. 객관적으로 이 영화는 뛰어나고 매력적인 영화이지만, 링클레이터라면 이것보단 몇 걸음 더 나가 관객의 머리 위에 놓인 전구의 불을 켜는 순간을 한 번쯤은 제공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내내 흐뭇하게 스크린을 바라보게 되었지만, 그것은 링클레이터가 이 영화를 잘 만들었기 때문보단 절대적인 그 시기의 매력적임 덕분이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고다르 말고도 장 폴 벨몽도, 트뤼포, 로메르, 로셀리니, 멜빌, 아녜스 바르다, 브레송 등의 인물들이 한데 모였는데 이 영화를 싫어할 수 있을까.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소재를 그저 가지고만 온 감독'이라고까지 평하고 싶진 않으나, 나의 이 호감이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기인했느냐는 명확히 따져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