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거미집>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촬영 중의 우여곡절'로 보인다. 세트 뒤편에서 배우들은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며, 배우들 간의 관계는 극중 인물들 간의 관계와는 또 다르다. 프레임 안의 장면을 위해 프레임 바깥에선 수많은 이들이 동분서주한다. 촬영장은 항상, 현실과 이상 간의 충돌이 펼쳐진다. 영화는 예술이지만 영화 촬영은 예술이 아니다. 또한 돈이 아주 많이 드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한 현실에서 예술가 김감독은 계속해서 고통받는다. "영화는 비즈니스가 아니야!"라며 이상을 꿈구는 순수한 예술가이지만, 그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현실과 타협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여가는 김감독이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기에 쉽게 나오지 않아 망설이다 기어이 국장 앞에서 영화의 내용을 거짓으로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거미집>은 근래 한국의 영화들 중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라고 단언할 수 있다. 특히, 하유림이 촬영 중 히스테리를 부리는 씬에서는 그 공간의 네 명의 배우가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히 본작의 주인공 역할이었지만 이제는 상대방과 영화 전체를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으로서의 역할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송강호, 드라마의 조미료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 오정세, 스파크가 튀는 전여빈과 정수정. 모두를 언급하고 싶었던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상대적으로 단독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배우 임수정은 이제는 기품이 느껴질 정도로 단단했다. 백회장의 장영남은 거의 미쳤었다.
이런 '영화에 대한 영화'가 한국에선 거의 만들어지지 않기에 굉장히 기대했었고 실제로 제법 흥미로운 영화였다. 그러나 난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공격적이었으면 했고 조금 더 신랄했으면 했다. 그러나 김감독이 당시의 눈치를 본 것처럼 이 영화도 무언가에 타협한 듯 표현의 한계를 정해둔 것 같은 느낌에 궁극적인 만듦새는 개성있지 못했다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