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들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파트에서 프리즈 프레임의 사용이 눈에 띈다. 욕설을 '삐 처리'하는 사운드나, 서술 트릭같은 재기도 인상적인 면모가 있다. 그 방식들이 매끄럽진 못하고 재기를 위한 재기처럼 다소 거칠게 삽입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어쨌거나 창의적인 시도들이 볼 만하다.
한석규는 위대한 배우다. 한석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재다능함이다. 선역과 악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 뿐 아니라,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양쪽을 모두 훌륭하게 연기할 수 있다. 씬 스틸러 격의 젊은 송강호의 모습도 본작의 한 포인트다. 헝그리 정신을 설파하는 송강호의 그 씬은, 익스트림하이앵글의 흥미로운 연출이 섞여 있지만 근본적으로 송강호의 개인기다. <넘버 3>의 1997년부터 <쉬리>를 거쳐 <jsa>의 2000년에 이르기까지 이 즈음의 영화들에선 (2025년 현재엔) 위대한 배우의 위치에 오른 최민식, 송강호 등의 인물들이 스스로의 재능을 불 뿜기 시작해 가는 과정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몇 가지의 대사들로 기억되는 영화지만, 내 예상보다 더 선정적이고 더 폭력적이었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 개봉한다면 선정성으로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폭력성 역시 과할 정도로 표현되어 있지만, 그 폭력성은 본작에서 말하는 '남자들의 자존심과 허세'를 부각하는 면모로 훌륭하게 사용된다. 극중 랭보는 "우리가 짐승입니까?"라는 질문을 한다. 그 말대로, <넘버 3>는 짐승들의 날 것 같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