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SF 장르는 불모지와도 같다. '범죄'나 '스릴러'의 장르는 전세계적으로도 한국 영화가 차지하는 위치가 공고하지만 SF에서만큼은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경우가 많지 않다. <7광구>, <D-WAR>, <인랑> 등의 작품성을 굳이 언급하고 싶진 않다. 충무로
에서 <괴물>의 성공은 기형적으로까지 보인다.
최동훈이라 기대했었다. 충무로에서 제일가는 흥행감독이자, 아마도 충무로에서 가장 활기차고 젊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일 것이기에, 황무지와도 같은 곳에서도 그 싹을 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후속작이 남았음을 천명한 영화의 제목이지만, 그 1부만을 마주한 지금에선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심히 걱정이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나무보다 숲이 중요한 최동훈의 첫 영화일 것이다. 대사의 양은 많지만 거의 모든 대사들은 거대한 이야기를 굴리는 부품으로만 복무한다. 죄다 기능적이고 소모적인 대사들이라 칭하면 과한 비난일까. 최동훈 유니버스
에 새로 추가된 명대사는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아 이곳저곳으로 이야기들이 산발하는 반면 그들 간의 맥락이 옅어 정신이 없기만 하다. 이 영화를 'MCU'에 비교하는 것은 크나큰 실례일 것이다.
한 마디 한 마디 대사에 임팩트가 없기 때문일까. 최동훈의 영화답게 경쾌한 측면은 존재하지만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역사에 남을 최동훈 캐릭터가 이 영화엔 없다. 김태리의 매력은 인상적이지만, 그건 김태리의 매력이지 이안의 매력은 아니다. <외계+인>은 <블레이드 러너>를 꿈꿨으나 <포켓몬스터>에 가까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