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럼 없이 개미굴에 오줌을 갈기는 후안은 역마차를 얻어타게 된다. 역마차의 내부엔 후안의 행색과는 사뭇 다른, '신분이 높은' 자들이 타고 있다. 극단적으로 클로즈업된 눈과 입의 이미지에 더해, 이들은 후안을 비롯한 서민들을 향해 모욕과 조롱을 아끼지 않는다.
어리숙했던 역마차 안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자신의 가족들이 역마차를 습격해 이전과는 사정이 달라진 상황에서의 후안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처음으로 등장할 때부터 심도에 따라 정면으로 걸어오는 뉴페이스 '존'의 이미지는 의미심장하다. 현상금이 걸린 인물, 신무기에 능통한 인물, 사랑했던 여인과 친구인 '숀'을 기억하는 그의 플래시백. 이 영화의 진 주인공은 후안이 아니라 존이다. 이 영화에서의 제임스 코빈의 연기는 아마도 내가 영원히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석양의 갱들>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 중 가장 스케일이 거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가장 거대한 야망을 가지고 만들었던 그의 영화는 단연 <원, 어, 아>이었겠지만, 수많은 엑스트라와 박력 넘치는 폭발씬들이 가득한 이 영화의 스케일은 그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도 한층 거대하다.
더불어 <석양의 갱들>은 레오네의 가장 정치적인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드러나는 계층과 권위에 대한 비판적 인식, 참호에 민중들을 가두고 학살하는 군을 담는 인상적인 부감 숏. 멕시코 혁명에 관한 그의 관점을 인지한다면 이 영화에서 레오네가 정치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달러 3부작이라 묶이는 영화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의 영화는 과거 3부작이라 묶고 싶다. (실제로 이 영화의 여러 제목 중 몇 가지는 나머지 두 편의 영화와 같이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하는 제목이었다.) <옛옛서>의 하모니카 맨의 행동을 이끄는 동인은 과거에 있었던 가족의 비극 때문이었고, <원어아>는 아예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회고하는 영화였다. <석양의 갱들> 또한 이들과 유사하다.
<석양의 갱들>이 보여주는 인상적인 숏들은 대부분 존의 플래시백이다. 존의 과거 행적, 트라우마로 남는 친구와의 사건 플래시백이 틈입하며 그의 심리적 진실을 보여준다. 일례로 자신이 친구에게 배신당했던 과거와 비슷한 구도를 목격하는 존의 현재 모습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더불어 유난히 처연하게 느껴진다.
마지막까지 버디 무비의 구조 아래에서 유쾌하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은 주제를 관철하는 만듦새가 인상적이지만, 순수를 꿈꿨다는 존의 마음이 드러나는 플래시백은 책임 없이 막막한 감독의 태도를 보여주는 듯해 조금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