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Late Autumn

2011 · 김태용 · 중국, 미국
만추 포스터
113분 · 드라마 · 로맨스 · 15세 이상 · 출연 현빈, 탕웨이, 김준성, John Wu · 음악 조성우 · 촬영 김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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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번호 2537번 애나. 7년 째 수감 중, 어머니의 부고로 3일 간의 휴가가 허락된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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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의 영화가 아닌 '직전'의 영화

채도 낮은 화면과, 예나가 걷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촬영하는 오프닝이 유독 인상적이다. 방황하던 그녀가 돌아간 집 안엔 자신이 죽였을 남편의 시신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시간은 7년이 흘러, 그녀는 이름 대신 2537의 수감번호로 불리는 죄수가 되었다.

남자 '훈'은 등장부터 능글맞다. 자신과 동향처럼 보이는 예나에게 돈을 빌린 이후 시계를 건네는 모습이 영락없는 '선수'다. 시도 때도 없이 거울을 보며 색을 탐하는 듯한 그는 지금 쫓기는 중이다. 누군가가 그를 쫓고 있다. 어머니의 사망으로 인해 외출을 허락받은 예나는 갈 곳이 없다. 본가에선 재산에 관한 피곤한 문제는 냅다 들이밀고, 옥에선 그녀에게 위치를 묻는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사실상 쫓기는 신세이다. 공교롭게도 두 남녀의 처지가 비슷하다.

두 남녀가 만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을 테다. 결핍과 공허가 가득한 두 사람은 서로를 '이용'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훈과 누구도 상관 없으니 자신의 이 공허를 잠시 메워줄 사람이 필요한 예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원하냐는 짐짓 뜬금없는 질문을 그녀가 훈에게 한 까닭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만추>는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의 영화다. 또한 이 영화는 인물들을 한 걸음 뒤에서 담는다. 때문에 화면에 여백이 많다. 여백은 자욱한 안개로 채워진다. 두 인물들의 공허한 내면은 그래서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펀치 드렁크 러브>가 비슷한 예시일 것이다.

예나는 갑자기 자신의 사연을 중국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훈은 그녀가 말하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다. 눈치껏 '하오'와 '화이'로만 대답하는 훈이지만 나름 그들 간의 대화는 순조로워 보인다. 김태용 감독은 언어보다 비언어의 힘을 믿는 걸까. 다만 영화적으로 이 지점에선 걸리는 부분이 있다. 이 우울한 세계에서, 결국 서로는 사랑하게 될 거라 믿는 듯 마냥 낙관적인 낭만성이 나에겐 못내 모순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결말에 이르러 예나는 다시금 홀로 방황하게 된다. 사뭇 필연적으로도 느껴지는 수미상관. 이 잔인하고도 알싸한 사랑의 찰나는 두 사람 모두에게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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