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영부인'을 그릴 것인가 '재키'를 그릴 것인가.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파블로 라라인은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다. 아마도 후자를 선택한 듯 오프닝은 재키를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의 모습을 타이트하게 잡는다. 영화의 시작은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1주일 이후의 시점부터이며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케네디 암살 사건의 파장을 다루는 이야기지만 <재키>의 주인공은 케네디가 아니라 재키다. 극중 케네디가 등장해야만 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모습은 철저히 배경으로만 남는다. <재키>는 정말 철저하게 재키의 시선에서 재키의 이야기만을 한다.
사건이 벌어지고, 피 묻는 옷을 입은 채로 부통령의 승계를 지켜보는 순간 속에서 공간에서 따돌려지고 쫓겨남을 느꼈을 재키의 감정을 아프게 느낄 수 있는 것만 같다. 장례식의 '행진' 논란, 묘지의 위치 문제, 거처의 이사 문제 등 세속적 이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위치의 인물인 재키의 피로함도 영화는 기록한다.
가장 마지막 순간 재키는 그때를 가장 생생히 기억하고, 플래시백 역시 당시의 순간을 가장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사고의 내용을 고스란히 재연하지는 않는다. 존중의 이유에서이기도 할 것이며, 그러한 '이미지'들이 결국 영화에 등장한다면 <재키>는 결국 그 장면만으로 기억되는 영화일 우려도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재키>는 자극적인 이미지들로 관객을 흥분시키는 영화가 아니다.
사건의 충격과 여진을 연기하는 나탈리 포트만의 퍼포먼스는 완벽에 가깝다. 감히 <블랙 스완>의 모습에서와 비교하고 싶다. 나탈리 포트만은 카메라에 자신의 신체가 어떻게 담길지 너무나 잘 아는 배우 같다. 그녀는 시작부터 최고였었고 여전히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