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숏과 패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대자연의 망망한 광야를 가득 담는 광각의 촬영이 가장 눈에 띈다. 광각의 특성상 먼 곳은 보다 멀게, 가까운 곳은 보다 가깝게 보이는 효과가 있는데 특정한 공간과 일체화되지 않고 끊임없이 유랑하는 주인공의 행적을 표현하긴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동시에 쓸쓸하고 처연한 영상미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Blue한 톤을 전반적으로 유지해 가며 이와 대비되게 붉은 노을과 모닥불 등 강렬하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영화는 아픔이 있는 사람, 결핍을 갖고 있는 이들을 다루고 있지만 기저에 깔린 감상적인 시선에 그치지 않고 엄정하게 삶을 영위해 나가는 이들에 대한 존중어린 태도를 취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다만 역설적으로 영화에 내러티브가 개입될 때마다 (특히 전문배우인 데이빗 스트라단과의 시퀀스들) 영화의 전반적인 태도와 맞지 않는 듯한, 제법 이질적인 순간들을 보면서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영화 스스로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 다소 아쉬웠다.
테렌스 맬릭의 팬을 자처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가 취향저격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의 초기작인 <황무지>나 <천국의 나날들>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데, 테렌스 맬릭 감독이 최근 들어 스스로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이미지와 넘치는 신앙심에 지나치게 취해 과잉의 에너지로 점철되는 듯한 인상을 받아 많이 아쉬웠다. 신인 감독에게서 맬릭이 제정신이었을 때의 퍼포먼스를 느껴 더욱 그녀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