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색을 기본 뼈대로 삼은 색감과 몽환적인 음악, 물 속을 헤엄치듯 끊임없이 유영하는 카메라와 고전적인 향취가 느껴지는 크리쳐 디자인. 많은 장점이 있는 영화다.
관람을 마친 후 느껴지는 어떠한 '여운'을 영화의 평가에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독특한 비주얼이나 음악 등으로 인해 제법 오래 기억될 인상을 남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는 '무엇을' 말할 것인지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 두 가지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강구하는 예술이다.
영화가 말하고 있는, 소통과 다름을 존중하는 이들의 미래를 지지하는 주제는 백번 공감하지만
영화가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주제만큼 '격하게' 공감하기 어렵다. 인물들의 설정 자체가 다소 노골적인데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너무나 간편하게 캐릭터라이징을 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마이클 섀넌이 분한 리처드는 너무나도 식상한 스테레오타입적인 인물상을 보여주며 배우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제법 많은 이들이 지적한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해서 이를 펼쳐내는 과정까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나이브한 태도로 넘어가고 싶진 않다.
허나 그럼에도 감독 스스로가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관철시키는 태도, 이를 지탱하는 인상깊은 비주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