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팅테솔스>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계획 아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다. 예컨대 카메라는 위아래로 틸트를 끊이지 않고, 인물들은 계속해서 수평으로 걷는다. 곡선적 움직임의 우아함보단 직선적인 날카로움을 택한 이 영화는 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는 순간에서 장 피에르 멜빌을 떠올릴 만큼 침묵의 미를 효과적으로 가져간다. 대사도 충분히 있는 영화이지만, 잡담을 배제한 각본 덕에
영화는 산만하지 않고 점잖아보인다.
감독은 영화의 소재를 장난스럽게 쓰지 않으려 한다. 사실, 첩보 장르의 많은 속성이 '뜨거움'보다 '차가움'에서 그 빛을 발하지만 대다수 첩보 영화들이 관객을 재빨리 흥분시킬 수 있는 뜨거운 영화를 만드는데만 그 노력을 기울인다. 토마스 알프레드슨은 극중 손쉽게 '뜨거움'을 끌어낼 수 있는 순간에 맞닥뜨려도 꿋꿋이 찬물을
끼얹으며 이성을 가져간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값싸게 통쾌함을 제공하지 않는다. 매우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 영화는 답답하다.
장대하기까지 한 원작을 한 편의 영화에 담은 탓에 많은 암시와 많은 회고로 처리된 내러티브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진입장벽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생겨나는 영화의 모호함과 막막함이 감독의 의도 아래 있었던 것이라면 이는 꽤나 성공적인 작법이었을 테다.
무엇보다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하디 등 개성 있는 악센트를 가진 배우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 그리고 그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