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음악과 함께 자동차 한 대가 '씨에라'를 견인한 채 설원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장인의 재산을 노리고 자신의 아내를 납치해 달라 사주한 제리는 예상치 못하게 꼬이는 사건들에 직면한다.
코엔은 인물이 말하는 속도에 따라 다음 숏으로 전환할 때의 박자를 세밀히 조절하는 것 같다. 이에 더해 대화 중 단독 샷을 자주 부여하는 코엔의 스타일 때문인걸까, 코엔의 대화 장면에선 마치 관객과 인물이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많이 등장하는 새하얀 설원이 왜 이리도 인상적일까. 설원을 담을 때의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세공업자의 디테일을 보는 것 같다. 설원 속 커피를 든 마지와 그 뒤에 놓인 시체의 컷 마저 절묘하고 인상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파고>의 등장인물들은 순진하고 어리숙하다. 납치를 부탁하지만 마음이 여리고 철저하지 못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들은 일면 단순하고 방심이 잦다. 만삭의 임산부인 주인공 마지는 여느 형사에게서 볼 수 있는 독기와 광기 대신 사랑스럽고 인간적인 인물이다. <파고>는 납치와 살인, 추격이 등장하지만 소박하고 사랑스럽다.
물론 코엔의 영화답게, 물렁해 보이는 시간들 속에서도 일순간 섬뜩함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있다. 대낮에 제리의 집을 습격해 아내를 납치하는 씬은 그 대담함에 어이없는 실소가 나오면서도 한가로운 일상을 깨는 습격이라는 차원에서의 소름 끼침이 있다. 자신들을 쫓아온 경찰을 홧김에 쏴 죽여버리는 개어의 모습을 마주하면 섬뜩해진다. <파고>는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한편 지독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