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들을 생각나게 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시티 오브 갓>이 떠오르기도, 캐서린 비글로우의 <디트로이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은 마티유 카소비츠의 <증오>를 언급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아직 감상하지 않았기에 넘어가고.
이 영화의 구도를 처음 접하며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두 영화는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와 하네케의 <하얀 리본>이었다. 주인공 스테판은 외부인이고 증언자이며, 사건을 직접 마주하기도 하는 동시에 사건을 관찰하기도 한다. '1번 카메라'는 주인공을 트래킹숏을 통해 내내 쫓아다니며 주인공의 시선을 관객의 시선과 일치시킨다.
'1번 카메라'의 시점에 더해, '뷔즈'의 드론은 또 하나의 시점, '2번 카메라'의 시점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부감과 익스트림 하이앵글을 섞어가며 공간과 인간의 지옥도를 담아내는 이 시점은 전자의 시점과 시종 교차되며 관객으로 하여금 한 발짝 다가가게도, 한 발짝 물러나게도 만드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혼돈의 시간을 묘사하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혼돈의 공간을 묘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등장하는 몽페르메유라는 도시는 법과 질서가 작용하지 않는 무법지인 동시에, 한편으론 힘의 외적인 논리가 강력히 적용되는 다각적인 도시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절대 다수의 인물들은 쉬이 선인으로 규정되기 어려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합리적인 시선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다가올 비극을 견고하게 맞서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주인공의 동료인 두 경찰의 막무가내를 잠자코 동정하게 하지만, 사건이 진행된 이후부터는 그들을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이사'나 '메이어' 등의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저 이 참담한 딜레마를 오롯이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많은 경우, 데뷔작은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어필하기 위해 기술적인 포인트를 몇 가지 눈에 띄게 배치한다. 나의 경우 이 영화에선 두 가지가 그렇게 느껴졌는데 첫 번째는 적극적인 드론 사용으로 인한 역동적인 촬영, 두 번째는 둘째 날로 이어지는 클라이맥스의 흐름이 그것이었다. 하나의 사건으로 생겨난 소동이 해소되는 흐름을 가져가다, 해가 넘어간 이후의 둘째 날엔 가장 고점의 에너지를 터뜨려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를 고평가한다면 많은 이유는 라스트 시퀀스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폭발력, 주제의식 등에서 라스트 시퀀스는 훌륭하다. 감독의 데뷔작으로도, 그 패기와 재기가 눈에 띈다.
사회를 다루는 영화는 근본적으로 그 균형성에 있어 수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감독의 의견을 극단적으로 발산한다면 특정인들을 위한 선전물로 변질될 수 있으며, 의제를 던지지 못한 채 어정쩡한 결과물을 만든다면 소재에만 편승한 비겁한 졸작으로 남게 될 수 있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임에도, 주제에 대한 그 진정성과 균형성이 강렬하게 인상적인 작품이다. 평화와 통제는 폭력과 혁명으로 지켜지는가, 아니면 침묵과 화해로 지켜지는가. 그렇다면 나쁜 농부로 지칭될 '그 무언가'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아직 올해의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더 파더>와 함께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