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철가루가 자석에 달라붙듯 주인공들은 사건 앞에 인력으로 끌어당겨진다. 각기 다른 이유로 이질적인 곳에 모인 인물들이, 탈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위험한 미션에 참여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말하자면 관객에게 패를 모두 보여준 채 달려가는 영화다. 어설프게 플롯을 섞을 바엔 이처럼 간명한 형태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선택이긴 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을 설득할 만큼 인상적인 하이라이트를 선보이지 못한다면, 좋은 기획만으론 좋은 작품을 보장받을 수 없다.
<소서러>는 지옥과 같았을 프로덕션과 윌리엄 프리드킨의 광기로 다소 평이한 내러티브를 불멸의 걸작으로 빚어냈다. 2인 1조 2팀으로 나뉘는 기본적인 구도에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다툼. 누가 위험한 길을 운전할 것인가부터, 서로를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 또한 지도를 따라가는 자 빅터와 직감을 믿는 자 재키의 신경전은 여정에 긴장감을 더한다. 그 중에서도 도하 시퀀스는 배우들의 생명이 위험해 보일 지경이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촬영한 것일까 싶은 장면들의 연속. 부서지기 직전의 다리를 건널 때의 서스펜스를 잊을 수 있을까.
<소서러>의 무서운 점은 언제 '순간'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에 있다. 모든 부분이 예측 불가다. '폭탄 시퀀스'는 이때까지 동과 동의 연속으로 빚어지던 씬들에서 정과 동이 만난 최초의 씬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쉼 없이 달려오던 이때까지의 속도감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면서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전개가 실용적이면서도 풍성하다. 침묵의 서스펜스란!
닐로는 재키에게 이 일이 끝나면 마나구아에 가 최고의 창녀와 밤을 보내겠단 꿈을 꾼다. 그러나 처절한 싸움 끝에 총에 맞아 사망한 닐로. 망망한 황무지에 홀로 남은 재키는 불안에 영혼을 잠식당한다. 이 후반부 연출은 경이롭다. "Where am i going?". 홀로 남겨진 듯한 두려움이 재키를 감싼다. 배우들이 실제로 고생했으리라 생각하게 되는 이제까지의 현실감 가득한 장면들과는 또 정반대의 순간이 등장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상케 하는 초현실적인 순간들. <소서러>의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소서러>에 들어있지 않은 것은 없다.
결국 두 발로 걸어 목적지에 홀로 도착하게 된 재키. 그는 마을의 영웅 대접을 받지만 그는 무엇 하나도 얻지 못한 표정이다. 홀로 남은 밤 그가 목격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나구아에 가 최고의 창녀와 자는 대신, 이곳에서 어떤 노인과 춤추는 재키. 말하자면 그렇게 그는 '이상' 대신 현실'을 택하고 구원을 얻는가. 그러나, 뉴 할리우드 시기의 영화답게,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져 있던 리치를 기어이 그곳에 당도시켜 행하는 심판의 엔딩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