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은 흔한 영화다. anyone이 everyone을 책임지는 미국식 영웅주의는 이제 수십 편도 넘게 본 것 같다. <아마겟돈>은 그 수십 편의 영화 중 한 편이다. 오합지졸이지만 스페셜리스트인 전문가 여럿을 데리고 마치 케이퍼 무비의 형태를 띄며 만드는 기승전결의 플롯마저 참신하지 않은 마당에, 연출적으로도 말 그대로 '아무 때나' 카메라를 돌려대는 것이 꼴 보기 싫을 지경이다. 사운드트랙이 시끄럽던 소리가 시끄럽던, 정신없이 숏들이 매 순간 시끄럽다.
영화에 등장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들의 개연성을 차치하고서도, 갈등을 선보이는 구조의 접착 형태가 일률적이다. '수중훈련' 장면에서 특히 그렇다. 영화의 씬들은 그저 인물들의 대립 양상을 보여주기 위해만 존재하는 듯 씬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스토리텔링 역시 일말의 고민도 없었으리라 생각이 될 만큼 템포의 조절도 없이 사건들만 무분별하게 던져놓는다. 목적들은 도식적으로만 남는다. 그 메시지들은 냉전시대에도 안 나올 유치함으로 일관한다.
감정을 다루는 감독의 솜씨도 너무나도 조악하고 미숙하다. 절망을 충분히 음미하고 공감할 시간도 채 주어지지 않은채 금세 희망찬 순간들이 틈입하고, 그 희망은 다시 거대한 절망에 밀려 뒤집힌다. 손바닥 뒤집듯 감정의 힘을 세밀히 사용하지 못하는 마이클 베이의 모습은 실망스러울 뿐이다. 어떤 '재난'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심지어 추락으로 인한 슬픔이 아니라 추락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려는 듯 싶기까지 하다. 시도 때도 없이 폭발들이 등장하니 자연스레 역치가 높아져 하나하나의 감흥이 덜해지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