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2005 · 스티븐 스필버그 · 미국
우주전쟁 포스터
117분 · 모험 · 스릴러 · SF · 12세 이상 · 출연 톰 크루즈, 다코타 패닝, 미란다 오토, Justin Chatwin · 음악 존 윌리엄스 · 촬영 야누스 카민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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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페리어는 이혼한 항만 근로자로 아무런 희망 없이 매일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주말, 그의 전 부인은 아들 로비와 어린 딸 레이첼과 주말을 보내라고 레이에게 맡긴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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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0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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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반성과 진화

이 영화의 엔딩은 심히 이상하다. 그 스스로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인물이기에, 누구보다 스필버그 본인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질적인 결말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존 윌리엄스의 웅장한 음악과 모건 프리먼의 침착한 나레이션은 짐짓 하나의 조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필버그는 왜 이런 맺음을 사용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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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주인공 레이는 평범한 블루칼라 노동자이다. 아니, 사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고려한다면 평범보다 조금 밑에 있는 듯 하다. 자신의 집을 찾아온 자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하며, 하다못해 식사 한 끼라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무능력하고 어설픈 인물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재난이 닥쳤을 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철없는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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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할리우드 재난 영화들은 전통적인 미국적 보수주의 이념과 결부되어 그 서사의 왕도를 견고히 만들어갔다. 불완전한 가정을 가진 주인공은/전 지구적인 재난을 맞고/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각성해/결국 가정이 화해하고 화합하는/ 안전한 방향성은 현대 할리우드의 유수한 재난영화들이 으레 가지는 "덕목"이다. <우주전쟁>이 특별한 점은 전통적인 재난 영화의 골조를 지켜가면서도 그들의 목적과 결론을 정반대로 비틀어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면에서 영화 초반 두 동강나는 교회의 이미지는 나에겐 심히 도발적인 심볼로 다가온다. 구태의연한 기승전결 후 "신께 감사하는" 보수적인 기독교의 이념으로 간편하게 회귀하는 일련의 태만한 재난영화들을 향해 보란듯이 파괴해버리는 교회의 이미지는, 단순히 기독교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단 할리우드의 고여버린 권위에 대한 출사표를 보여주는 심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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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언급하자면 주인공 레이라는 인물 또한 전통적인 재난영화의 서사를 미묘하게 비틀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재난영화의 주인공들은 (구태여 '구조'라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로 설정된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전문 지식과 특기를 활용하여 위기를 타개하고 극복해간다. <우주전쟁>의 주인공 레이는 제법 솜씨 좋은 기중기 조종사로 묘사되지만, 영화에서 그의 지식은 단 한 차례도 활용되지 않고 언급되지 않는다. 배우 또한 (이 영화 이전까지) 두 번의 임파서블한 미션들을 해결하는 능력자의 모습으로 어필한 톰 크루즈이지만 <우주전쟁>에서 관객들은 '능력자'로서의 톰 크루즈를 마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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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우주전쟁>에 등장하는 외계생물체들은 단순히 하나의 환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대적할 수 없는 공포 앞에 무기력해지는 인간들의 밑낯을 보여주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이 완전히 나간 '할란'의 경우가 그랬듯, 또한 재난 앞에 온갖 음모론과 소모적인 논쟁만을 늘어놓는 인물들의 모습을 전시하는 것이 스필버그가 외계생물체라는 비대한 설정을 가지고 오면서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의 목적은 '영화 역사를 흥분시킬 스펙터클'의 전시가 아니다. <우주전쟁>에서 우리의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이미지는 다리가 부서지고 폭발이 가득한 "재난영화"의 이미지가 아니라, 죽은 이의 옷이 흩날리는 장면 혹은 기이하게 탄생하는 식물들같은 공감각의 이미지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재난영화의 왕도를 즐겼을 수도 있음을 온전히 부정할 순 없겠지만, 스필버그는 결말을 통해 '또 하나의 뻔한 재난영화'로 남는 것을 맹렬히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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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그냥 두면 저절로 밀려나온다고 한다. 전 지구를 집어삼키는 것은 시간 문제로만 보였던 외계 종족들은 바이러스라는 생명체들로 인해 허무하게 멸망했다. 한여름밤의 악몽처럼, 재앙은 순식간에 지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딸은 건강하며, 아들 또한 무사하다. 레이는 다시금 평범한 가정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허나 블루칼라 노동자인 레이가 대적할 수 없는 재앙에 신음하고 발버둥친 과정들이 민망하게 느껴질 만큼, 보스턴에 거주하는 전처와 그녀의 가족들의 태도는 너무나 침착하고 생경하다. 마치 이 위기가 그들에겐 닥치지 않았던 것처럼, 마치 이 재앙이 이곳 보스턴에는 미치지 않았던 것처럼. 레이는 이 "영화"를 통해 전처와 재결합을 이뤄냈는가, 지구의 영웅이 되었는가. 과연 레이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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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이 엔딩에서 보여주는 구도는 <수색자>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이견이 있지만) 초기 서부극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수색자>의 의도와 유사하게, 20세기 할리우드의 왕도를 만들어낸 선두주자로 위치하는 스필버그는 할리우드의 공학성과 폐쇄성에 대한 반성을 그 스스로 단행했다. 그 결과물은 <우주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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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허나 많은 평론가들과 매체에서 이 영화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보며, 또한 최근 스필버그의 <스파이 브릿지>를 보고 나서 내가 무언가 그의 영화들을 잘못 보아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다시 본 <우주전쟁>은, 나의 지난 감상을 부끄럽게 할 만큼 너무나도 다른 영화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21세기의 스필버그는 그의 어떤 시기보다 빛났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1.8.3 2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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