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감상으로 나는 이 영화의 초반부까지는 나름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서사를 굴려야 하기 때문에 두 주인공을 (다소 억지스럽게도) 되살려냈지만 내가 이 세계관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까닭인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흥미로웠고 그들이 보여줄 또다른 방대한 세계가 궁금했다. 앤더슨이 느끼는 기시감은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냈고 오마주로 인한 데자부는 관객들을 자연스레 추억에 잠기게 했다.
그럼에도 시리즈의 전통을 깨면서까지 만든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고 싶진 않았다. 묵시록적인 분위기가 세계를 감쌌던 3부작과 비교해 봤을 때 본작은 싼마이 SF물 그 어딘가의 저렴한 감성만이 남았다. 후반부는 좀비 아포칼립스물의 그것을 따온 듯하지만, 주인공들의 나이가 나이인 탓인지 액션들은 둔중하고 별다른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의 스케일에 비해 사건들이 너무나 쉽게 해결된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일까.
오마주들로 올드 팬들의 추억팔이를 하는 선택은 이해가 가지만 그 수가 지나치면 마치 싼마이 감성을 과거의 후루꾸로 연명하려는 태만함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혹여 또다시 어떻게든 차기작을 제작할 생각이라면, 나를 포함한 많은 팬들의 추억을 더는 훼손시키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