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거Digger

2026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미국
디거 포스터
129분 · 코미디 · 드라마 · 15세 이상 · 출연 톰 크루즈, 리즈 아메드, 존 굿맨, 산드라 휠러 · 음악 Cosmo Sheldrake · 촬영 Emmanuel Lubez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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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재벌 디거 록웰은 최소한의 손실과 최대한의 이익만을 좇는다.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작은 균열이 발견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에디터가 이 영화에 대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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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0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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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누구의 편도 아닌 예술의 편에 서야 한다는 이냐리투의 믿음

예측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영화는 애초에 예측을 불허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 영화는 그것을 철저하게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트레일러에서도, <디거>의 이야기는 주인공 록웰이 스스로의 부주의로 인해 세상에 닥친 재난을 해결하려는 이야기라는 인상만을 주었고, 그 과정을 미국의 특정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전형적인 블랙코미디의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암시만을 건넸다. <디거>는 본색을 철저하게 감췄다. 사실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은 러닝타임의 매우 초반에 등장하기에, 그렇게 철저한 숨김이 필요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보고 있던 이야기가 실제 세계가 아니라 극중극 <화석 바보들>의 촬영장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첫 반전 이후 영화는 한층 복잡하고도 깊은 층위를 얻는다. <디거>의 주인공 톰 크루즈는 어느 순간에선 극중극 <화석 바보들>의 주인공 '디거 록웰'로, 어느 순간에선 그 극중극을 연기하는 '커티스 마크슨'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극중극이 시작하는 순간이 되면 디거 록웰로, 촬영이 진행되지 않는 무대 뒤편에서는 커티스 마크슨의 모습으로. 우선 흥미롭게 관찰되는 지점은 두 캐릭터 간의 차이다. 디거 록웰은 그야말로 안하무인 사회 최상위 계층 재벌이다. 자신이 모르는 것은 없으며, 자신의 시선이 틀리지 않았다 믿는 오만한 성품에, 돈이 세상의 유일한 가치인 양 믿는 인물. 반면, 그를 연기하는 커티스 마크슨은 록웰과 사뭇 다르다. 이 산을 들어 저리로 옮길 능력마저 있어 보이는 록웰과 달리 커티스는, 비행기 사고로 인해 실종되었다는 딸의 소식을 듣고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만 전전긍긍하는 평범한 남성이다.

그야말로 디거 록웰을 '완벽히 재현'하려 접근하는 배우 커티스는 의문을 가진다. 자신이 조사한 바와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을 보고. 이를테면 대통령에게 산소통을 부착시키는 것은 과하고, 대통령과 부통령이 함께 비행기를 타는 것은 사실성이 떨어진다며 지적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연출가는 이를 묵살한다. 연출을 위해 더 직설적이고 더 과장된 방식을 일부러 사용하는 것인가. 커티스는 분노한다. 환경 문제와 '크렘리노바 폭격 작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룸에도 이것을 우스꽝스러운 웃음거리로만 소비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서다. 분노한 커티스가 배우로서 맡은 역할을 깨고 의도적으로 촬영을 중지시키자, 영화의 두 번째 비밀이 드러난다. <화석 바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창작이 아니었고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이었던 것이다.

연출가 해나는 실제로 이 비극을 겪은 사람들이 과거를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디거 록웰을 위시한 저 존재들은 어리석음을 시대정신으로 만든 광대였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해나가 이 연극을 통해 조롱하고자 했던 '당신 같은 사람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백인 남성 커티스는 여전히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나는 웃음이 과거를 극복하게 한다고 믿지만, 커티스는 웃음이 비극을 소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케니가 등장한다. 케니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케니 록웰. 실제로 있었던 저 사건의 당사자이자, 이 연극의 가장 큰 조롱거리인 디거 록웰의 친조카였던 것이다. 여기서 지금껏 커티스의 주위에서 서성이던 케니라는 인물의 특이한 위치가 선명해진다. 실제 케니는 연극의 제작자이자 보안회사 간부로 무대 밖에 존재하지만, 극중극 속의 '케니 록웰'은 한 소년 배우가 연기한다. 같은 인물이 두 세계에서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다.

케니는 화두를 던진다. 어쩌면 <디거>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케니는 이 프로젝트 이전부터 존재했던 디거 록웰에 대한 풍자 연극을 보고서도, 자신의 가족을 조롱하는 이야기임에도 타인들과 똑같이 환호했다며 해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인물이다. 이쯤에서 케니는 대단히 쿨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디거>는 단순히 현시대의 누군가를 연상케 하는 인물과, 그로 대변되는 방향의 존재들만을 조롱하는 영화가 아님이 드러난다. 디거 록웰은 말했다. 나를 욕하는 자들 또한 자신이 만들어 놓은 문명의 편의를 누리면서 불평하는 자들이라고. 어쩌면 케니의 그 '쿨함' 역시 치밀한 판단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가족을 향한 조롱에 저항하는 대신 그 조롱을 받아들이고 함께 웃어버림으로써, 그는 오히려 자신이 비판의 대상이 될 자리를 지워버린다. 사람들이 그때와 그 사람들을 욕하고 마음껏 웃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때를 한순간의 웃음으로 넘겨버리고 그들의 어두운 행적은 잊어버리기 쉬운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마음껏 욕하기 위해 낸 표값이, 공교롭게 자신들이 욕하는 존재의 후손의 주머니로 돌아가는 것은 모른 채 말이다. 특정 지도자를 욕하면서 그가 만들어 놓은 체제와 문명의 편의를 하나도 누리지 않고 살아가기란 어렵다. 특정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면서 우스꽝스러워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디거>는 그래서 얽히고설킨 사회를 의미심장하게 응시한다.

<디거>는 쿨한 영화다. 아니, 쿨병에 걸린 영화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쩌면 비겁하기까지 해 보인다.

양측을 골고루 비판하는 것도, 이 영화에 논리와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반칙과도 같은 캐릭터인 케니 록웰을 세운 것도 그렇다. 가해자의 혈족이면서 동시에 그 가해자를 향한 조롱에 누구보다 흔쾌히 동참하는 인물을 세워놓는 순간, 영화는 어느 한쪽에서도 쉽게 공격받지 않는 위치를 확보한다. 그렇기에 케니는 흥미로운 동시에 반칙처럼 느껴지는 인물이다. 자신은 비판받을 여지를 모두 차단한 뒤 모두를 비난하는 영화는, 그래서 창작자의 정치적 입장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쉽사리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은 끝까지 흐릿하게 만드는 동시에, 예술에 대한 자신의 입장만큼은 대단히 야심차고 선명하다.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할 이야기를 하면서, 그 가운데에서도 예술의 기능을 바라보는 시선은 치열하다. 강박적이고 작위적인 정치적 스탠스가 아쉬우면서도, 결과적으론 예술가가 예술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볼 때 흥미롭다. <디거>는 편을 들지 않되, 예술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과거를 견디게 하는 웃음이 되며, 또 때로는 정작 기억해야 할 것을 잊게 만드는 최면제가 되기도 하는.

그리고 이 복잡한 두 얼굴을 스크린에서 실현시키는 배우 톰 크루즈를 언급해야겠다. 다수가 이처럼 느끼겠지만,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봤을 때 배우로서 인정받고 자신의 커리어를 완성시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기는 21세기를 기점으로, 블록버스터 액션스타로서의 이미지가 점차 커지며 서서히 잊혀지는 듯했다. 그래서 <디거>에서의 톰 크루즈의 모습은 놀라웠다. 마치 오스카를 가지겠다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은 듯, 20세기의 그를 떠올리게 하는, '액션스타 톰 크루즈'가 아니라 '배우 톰 크루즈'의 모습이었다. 그가 실제로 어떤 수상 결과를 얻게 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적어도 <디거>에서만큼은, 오랫동안 '스타'의 이미지 뒤편에 가려져 있던 '배우' 톰 크루즈가 다시 전면으로 걸어 나온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이어지는 갈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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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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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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