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극장에서, 한 중년 여성은 자신이 주연으로 활약했던 과거의 영화를 보며 눈물짓는다. 과거, 상영되는 <스며드는 돈>을 촬영할 당시의 그녀는 누구보다 밝은 빛을 받던 스타였다. 그 찬란했던 영광을 기억하기에 지금 자신의 처지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언제나 스크린 앞에서 당당했던 스타였기에 비 오는 밤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은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누리는 스타였기에 안하무인한 태도와 선민의식을 가지기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선셋 대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사실상 <선셋 대로>의 감독 빌리 와일더에게 경의를 표하는 헌정의 영화처럼도 보인다. 한때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배우였지만 이제는 퇴물이 되어 과거의 영광만을 추억하는 황혼의 여성, 그 지난날의 추억으로 인해 정신의 불안정함을 가지는 지금의 모습, 82년 영화임에도 의도적인 흑백의 사용까지. 촬영 역시 고전스럽다. 언뜻 그 시절 할리우드를 떠올릴 정도로 위협적이고 과장적인 흑백의 강한 대비, 페이드 인&아웃,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나갈 정도의 새하얀 병원 내부.
파스빈더답게 <선셋 대로>의 외피에 사회적 주제를 한 방울 끼얹는다. 언뜻 베로니카의 전 남편과 새로운 사랑 로베르트는 각각 전쟁 중/전쟁 후의 독일 '환경'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괴벨스의 보호 아래 있었다 전해지는 베로니카는 그 시절 세계 를 상대로 돌파했던, 그리고 (영화 속) 현재는 시들해져 있는 독일 그 자체를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편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박사 카츠는 전후 독일을 쥐고 있었던 연합국의 모습이 인격화된 것처럼까지 보인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한 여인의 전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현대 독일의 은유다.
감히 말하건대 <베로니카 포스의 갈망>은 <선셋 대로>에 버금갔고, 베로니카 포스는 노마 데스먼드에게 필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