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작과 같은 실사영화들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근래의 몇 작품들이 보여주었다. 관객으로 하여금 미묘한 부분에서 불쾌한 골짜기 식의 불편함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키드>는 아카데미 미술상과 의상상을 수상했을 만큼, 근래 본 영화들 중에서 손꼽히게 화려한 비주얼을 보여주면서도 마치 동화책의 장면들이 튀어나온 듯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며 자칫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유치함, 불쾌함 등의) 리스크들을 소거했다.
모두가 그녀를 비웃고, 관객에게도 고문 같은 정적이 이어짐에도 그녀는 꿋꿋이, 아니 꿋꿋한 척 계속해서 춤을 추고 갈린다는 그것을 차마 못보겠는지 무대로 나와 그녀와 함께 춤을 춰 준다. 혹 그것의 시작이 그녀가 이제껏 보여준 그녀 특유의 동정과 시혜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춤이 이어지며 그녀는 진심으로 엘파바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위로해준다. 갈린다의 '스탠스' 변화가 다소 급작스러운 것은 아닌가 싶지만 어쨌거나 이 장면이 본작이 성취한 가장 놀라운 지점일 것이다. '우정'을 설명할 수 있는 인상적인 씬!
본작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가면'일 것이다. 태생부터 씌워진 가면으로 인해 편견에 시달리는 삶을 사는 엘파바, 스스로의 추구미는 도도한 핫걸이지만 실은 사회적 약자를 살피는 온정을 가지고 있는 갈린다, 마찬가지로 쿨한 쾌남을 스스로의 추구미로 밀고 얄팍하고 이기적인 인간인 '척' 하지만 착한 본성을 가진 피에로. 한편 학교에서 유일하게 엘파바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 주는 인물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그의 재능을 이용해 음모를 꿈꿨던 마담 모리블. 위대한 마법사처럼 보였지만 실은 무능하기 그지없는 허깨비였다는 오즈. 본작의 정수는 '가면'에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인간의 진정한 면이 드러나기 위해선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러닝타임 100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는 야심도 인상적이라 말해야겠다. 물론 이제까지의 100분 동안 '우정'이라는 테마의 서사는 충분히 풀어냈지만 자신이 펼칠 진짜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듯, 100분이 흘렀는데도 기차를 타고 그동안 무대로 활용했던 공간을 완전히 떠나버리는 것이 당차다. 그로 인해 도착한 새로운 세계의 전경은 이제까지 띄워놓은 감정을 한 차례 더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작이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의 한계는 없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