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차려진 연구소, 그 기지 주위를 맴도는 한 대의 헬리콥터, 정신이 나간 듯한 탑승자, 소름 돋는 몽타주와 시점 숏, 불길한 앞날을 예고하는 듯한 그림자. "뭔가 있다" 라는 주제는 스릴러의 정석과도 같이 느껴진다. 미지의 공간을 탐구하다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다는 이야기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에이리언>과 유사하다고 느껴진다.
허나 미약한 공포가 분명한 공포로, 분명한 공포가 도망칠 수 없는 공포로 점차 거대해지는 서사가 <에이리언>이라면, <더 씽>은 공포가 지난 뒤 잠시 희망이 찾아오다 다시 공포가 닥치는 배반의 과정을 반복하는 서사라는 점에서 둘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디자인은 40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도 충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끔찍하다. 상상력 가득한 이미지들이 놀랍다. 조악한 특수효과는 오히려 이 영화의 불균질함을 극대화시켜주는 것만 같다. 관객을 압도하는 생명체의 이미지는 CG의 사용이 보편화된 지금 오히려 더더욱 자주 느끼게 되는 것 같지만, 당장이라도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지긋지긋한 감정을 선사하는 크리처 디자인을 마주한 적은 없었다.
동시에 <더 씽>은 괴물보다 무서운 것은 신뢰가 깨진 이들 간의 '의심'이라는 점을 면밀히 강조하고 있다. 대상을 복제한다는 괴물의 능력으로 인해 자연스레 내 옆의 동료를 의심하게 된다는 소재는 정치적인 이야기로 확장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더 씽>은 오락으로서도 탁월하지만 사회실험극으로서도 흥미롭다.
컬트로 드높여진 작품이 더한 시간을 견뎌 클래식으로 남을 수 있을까. <더 씽>은 그 훌륭한 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