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의 전쟁영화와는 분명 궤를 달리하는 영화이다. 어찌 보면 이 영화만이 진정한 전쟁영화이자 진정한 반전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트뤼포는 진정한 반전영화는 존재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탁월한 영화지만 영웅 서사의 틀 아래 갇힌다는 느낌이 있었고 <지옥의 묵시록>은 감독 본인도 언급했지만 반전영화가 아니라 생각한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발퀴레의 기행을 틀면서 베트콩들을 폭격하는 씬들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가 어떻게 반전영화일 수 있을까.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영화 역시 후반부에 가기 전까진, '전쟁의 참상을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극적으로 탁월하게 재현한 미학적 태도'라는 말 아래 갇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전반부에 비정형적이고 과장적인 클로즈업과 대사 등이, 의식될 만큼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이 영화가 전쟁의 광기를 전달하기에 '애쓰는' 듯한 인상을 받아 약간은 갸웃해졌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특히나 최후반의 히틀러 시퀀스(?)를 본 이후 이 영화는 다르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이 영화엔 어느새 전쟁영화의 덕목처럼 사용되는 서스펜스가 없다. 긴장감을 의도적으로 유예시키면서 장르적 쾌감을 제공하는 스킬이, 이 영화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충격적이고 지독한 이미지를 예고 없이 던져주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더욱 강렬한 순간을 제공해준다.
영화의 전체적인 태도는 우리를 전쟁의 한복판에 던져놓으려는 태도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롱테이크와 1인칭 시점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분명 관객을 인물들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고 영화가 보여주는 초토화에서 관객들이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으로 보여졌다.
많은 영화에서 생생함 현장감 이런 말들이 남용될 만큼 많이 수식어로 붙지만, 영화라는 직사각형의 틀 아래에선 태생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1917>을 아무리 원테이크로 촬영했어도 관객들은 인물들의 위험과 고난을 온전히 체험할 순 없다.
<그래비티>는 경이로운 체험이지만 우리는 안전한 생생함 안에서 블록버스터의 스릴을 느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영화가 가진 한계를, 특히 전쟁영화에서, 가장 위험한 방식으로 흐려버린 괴작이자 걸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