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의 많은 영화에서 오프닝은 관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용도로 사용된다. 수평으로 가르고 수직으로 가르는 오프닝 타이틀, 수직의 마천루와 이를 가르는 카메라의 우 패닝, 일어서고 눕기를 번갈아 하는 남과 여 등. 영화는 초반부터 수직과 수평의 충돌을 관객에게 관철시키고 있다.
돈을 훔친 채 도망가는 마리온, 그리고 그녀를 수상히 여겨 쫓는 경찰의 모습이 주로 담기는 초반부는 분명한 케이퍼 무비의 형태다. 그러나 그녀가 갑작스레 베이츠 모텔에서 사망한 이후 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영화가 두 번 시작하듯, 돈과 마리온에 대한 포커스는 그녀의 언니인 라일라와 노먼 베이츠에게 향한다. 이 영화는 후대에 영향을 무한히 미친 스릴러이자 영화에 정신분석학적 소재를 가장 탁월히 적용한 효시다.
베이츠 모텔의 휴게실엔 노먼 베이츠가 만들어 놓은 '박제된 새'들이 가득하다. 그곳에서 죽은 여성은 마리온, 마리온 크레인. 즉 학이다. 말하건대 노먼 베이츠는 새를 붙들어 날지 못하게 만드는 인물이란 은유다. 피닉스란 도시에서 죽은 마리온 크레인 대신 등장한 그녀의 언니 마리온 라일라 역시 이 새라는 은유의 맥락에 있음이 다름 아니다.
마리온이 살해되는 그 유명한 시퀀스에선 그 폭발적인 순간을 '감상'하던 관객들을 비판하듯 핏물이 떠내려가는 수채 구멍을 죽은 그녀의 눈동자와 디졸브시키고, 죽은 그녀의 흔적을 그녀의 차와 수장시키는 씬에서는 관객의 마음을 베이츠의 조마조마한 심리와 동일시시킨다. 전혀 알지 못했던 탐정인 아보가스트가 베이츠를 조여올 때 우리는 일견 베이츠의 편을 들게 되는 심리적 동기가 충분해진다. 히치콕은 관객으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게 하고 범죄 심리에 동화되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전인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늘어지는 설명은 시대를 고려해 봐도 아쉬운 측면이 과하다. 그럼에도 그 이전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101분의 스릴러는 경탄을 금할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