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서피코>는 제법 모던한 타이틀 롤로 시작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위기에 처해 총에 맞고 코너에 몰린 서피코의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약 20년 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칼리토> 시작 방식을 떠올리게 하며, 드 팔마가 이 작품을 분명 참고했으리라. 그리고 영화는 "대체 서피코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라고 묻는 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가 경찰에 갓 합격한 첫 출근 날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나간다.
서피코는 처음 경찰이 되었을 때 순수함과 이상을 간직한 인물이었다. 그들의 구역 밖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무전이 들렸기에 나서지 말라는 선배 경찰의 귀찮음 섞인 충고에도, 이 열혈 신참은 기어이 현장으로 달려가 사건을 해결한다. 심지어 순찰 경관임에도 사복 변장을 해가며 형사들이 할 일까지 처리하려 든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조직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었다. 경찰 하면 떠오르는 외형과는 거리가 먼 히피 같은 모습이었고, 바람둥이 기질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해진 틀에 박힌 공무원이라기보다 자유로운 영혼에 가까웠다. 동료들은 그의 능력만큼은 인정했지만, 공공연히 그를 외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지키려는 그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때로 그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만든다.
그러나 그의 이상은 견고했다. 그가 마주한 경찰 세계는 부패가 만연한 곳이었다. 동료들에게 뒷돈을 받는 것은 일탈도, 범죄도 아닌 그저 '일상'으로 그려진다. 서피코는 이 일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돈을 받지 않는다고 담담히 이야기하자, 동료는 "돈 안 받는 경찰이 있다는 걸 누가 믿겠어?"라며 어이없어한다. 그의 정직함은 공공연한 따돌림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서피코는 자신이 계란임을 인정하지 않고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깨뜨리려다 결국 자신만 상처 입고 마는 인물이다.
시드니 루멧 감독은 뉴욕의 거리 풍경을 거칠고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그림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능력은 대단하며, 이는 서피코가 처한 도덕적 고립감과 위험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알 파치노의 연기는 압권이다. 서피코의 눈빛에는 부패한 시스템에 맞서려는 황소 같은 열정과,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깊은 외로움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형사 서피코>는 거대한 조직의 시스템적인 부패에 맞서 개인의 신념과 순수함을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의 고독하고 처절한 투쟁을 그린 강력한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정의를 추구하는 것의 어려움과 그 대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알 파치노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시드니 루멧의 날카로운 연출이 결합되어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