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발키리>에서의 톰 크루즈의 연기를 그의 경력 최고 연기 중 하나라 꼽고 싶다. 말 그대로 '연기'적인 부분에서보다, 우리가 톰 크루즈라는 배우에 대해 품고 있는 강직하고 열정적인 이미지와 이 배역이 완벽히 부합하기에 엄청난 시너지가 만들어졌다 생각하게 된다.
역사 속 실제 사건을 다루는 영화는 (많은 각색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그 사건의 전말을 관객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관객에게 긴장감과 흥미를 돋구어야 한다는 과제 아닌 과제를 프로덕션 과정부터 가진다. 서프라이즈와 서스펜스. 영화에서의 두 가지 효과에 있어 이 영화는 훌륭한 성과를 보여준다. 사물을 가지고 만드는 서스펜스,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는 집중도는 히치콕을 떠올릴 정도이다.
또한 <작전명 발키리>는 군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금기를 뒤엎는 모티브를 사용해 쾌감과 긴장감을 극에 부여한다. 쿠테타를 일으키기에 상관들에게 역으로 명령하고 지시하는 대령의 '하극상'적 순간과, 조국을 배신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조국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는 말을 두고 갈등하는 나치 일원들의 모습은, 극중 가장 몰입도가 가득한 순간이다.
흥미롭게도 <작전명 발키리>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할 순간인 '폭탄이 터지는 순간'을 영화의 정확히 중반에 배치한다. 그것까지가 끝이 아니라는 듯, 아직 영화는 더 할 이야기가 있다는 듯. 'Active'의 순간이 최후반부에 배치되면 관객은 그 순간만을 기억한 채 극장을 나서게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걸어간다.
그렇게 이 영화는 결국 실패의 역사를 다룬다. '히틀러를 암살할 뻔한 영웅' 을 다루기보단, '히틀러 암살 작전을 실패한 세력들'을 다루는 영화이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품위를 잃지 않는다. 그들을 소인배로 그려내지 않는다. 실패한 작전이니, 역설적으로 그 작전의 기획을 잘 닦아 설명해야 몰입감이 더해지리라는 것을 이 영화는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시종 진지한 태도로 차분히 걸어간다. 할리우드가 만들 수 있는 엄숙함의 훌륭한 모범사례처럼 보인다.
마스터피스로서의 대단한 아우라는 없지만 엄격하고 정제되어 있다. 훌륭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