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는 프랑스어로 '검다'라는 뜻이다. 즉 느와르 장르로 분류되는 영화들은 전쟁이나 액션, SF처럼 특정한 소재나 사건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 텍스트로 설명되지 않는 비언어적인 '어떤 것들'이 있는 장르가 바로 느와르일 것이다.
<사무라이>, 또는 <한밤의 암살자>나 <고독>이라고도 불리는 장-피에르 멜빌의 이 1967년 영화는, 특출나지 않은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무드만으로도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 정말 대단하다. 자칫 심심하게 보일 수도 있는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도 이를 유치하지 않게 납득시키는 멜빌의 능력이 뛰어났다.
그런데 한편으론 영화의 주인공인 제프 역을 맡은 알랭 들롱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영화의 이 '멋'이 감독의 능력인건지 배우의 재능인건지 사뭇 헷갈리는 지점들이 있다. 극단적으로 적은 대사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대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장-피에르 멜빌은 분명 거장이지만 알랭 들롱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미니멀한 전자음악과 트렌치코트. 정확하고 날카로우며, 오차 없는 숏의 리듬이 느껴지는 암살 시퀀스. 도청을 발견할 때의 서스펜스. 건조하게 폭발하는 짧은 액션씬 등. 인상적이고 결정적인 순간들이 넘쳐난다. 이 영화는 좀 많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