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는 여성. 주변에 아무도 없다 생각하자 탈의를 하려는 그녀를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남성. 많은 관객의 마음은 남성의 조마조마함과 같아지지 않을까. 이를 조롱하듯 이 화면이 TV프로그램이었음을 상기시키며 관객의 은밀한 관음 심리를 한 차례 조롱하는 드 팔마다.
많은 히치콕의 영화들 중, <시스터스>는 <이창>의 느낌이 강하다. 창으로 다른 집의 사건을 관찰한다는 것. 다른 집에서 발생한 사건을 관찰자가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것. 드 팔마는 히치콕과 같이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드 팔마는 자신이 만든 서스펜스의 에너지를 다른 것으로 전이시키는 데 히치콕보다 능하다.
남녀의 애정씬에서 발생하는 에로틱한 서스펜스를, 여성의 몸에 있는 흉터를 보는 순간으로 인한 충격의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전이시킨다. 에너지를 만들고 이를 이리저리 활용하는 능력은 드 팔마가 단연 최고다.
많은 이들이 극찬하듯 케이크 씬은 내가 본 단일 시퀀스 중에선 손에 꼽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보여주었다. 바로 이후 분할된 화면에서 두 개의 시점이 맞물리는 데에서 오는 긴장감은 그 형식이나 리듬에 있어 너무나도 독창적이다. 이런 방식은 이 영화에서밖에 보지 못했다.
이 영화에선 구태의연한 관습들에 대한 감독의 비판적 태도가 느껴진다. 형사들은 바보같을 정도로 원칙에 얽매이고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능력 좋은 여성 기자인 그레이스는 결혼에 대한 압박이나 받는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사건 해결의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드 팔마는 자신의 정치/사회적인 시선을 의외로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감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