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인공인 종두는 소위 말해 '정이 안 가는' 인물이다. 무전취식을 하며 전과도 3범이나 되는 '사회 부적응자'다. 심지어 장애를 가진 여성을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강간하려 한다. 동정의 여지는 미미하다. 감독도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위험하다. <오아시스>의 방법은 위험하다. 나는 이 가학에 동참하게끔 하는 지엽적인 대사들과 장면들, 또한 일방적인 방향성이 언짢다.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 그중에서도 사랑을 다룬 영화는 애초부터 그 끝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안티크라이스트>와 같이 절망만을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사랑을 마주하며 이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기엔 어려울 것이다. 소재 자체가 그렇다. 공주를 강간하려 했던 종두. 그럼에도 두 사람의 관계를 '비주류인들의 사랑'이라는 구조 아래 우겨넣는 방법(특히 종두의 강간 미수 이후 공주가 종두에게 연락하기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씬들)에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오만해 보인다.
세 번째 작대기에 대한 비화도 설명적인 측면이 과하다. 이창동이 문학적이라는 비판을 종종 듣곤 하지만 나는 이에 썩 동의하진 않았었는데, 이 영화에선 유독 '구구절절'이 많은 듯해 아쉬웠다.
이 영화의 주제가 사회 비판인가 순수한 사랑인가? 후자를 이야기하기엔 마냥 감상적이며 무채색이다. 공주가 정상인이 되는 상상을 세 번 하는데 감독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겉모습만 보고서 사람의 사랑을 판단해선 안된다."라는 선언적인 표현일까? 그러한 주제에 붙어 있기엔 영화의 표현이 너무 유치하고 거추장스럽다. 이건 그냥 감독의 개인적인 '키치'다.
마지막 엔딩 역시 밝은 화면과 발랄한 음악이 흐르며 둘의 미래를 긍정하는 결말을 만들며 동화적인 아름다움을 의도하지만, 한편으론 '마냥 행복함'으로 맺음지으려는 듯해 의아하다. 감독의 의도가 지나치게 개입된 인상이 강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불편할 법한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들고와 인물들을 맘껏 주무른 뒤, 감독 스스로와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결말"로 애써 퉁치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이런 영화는 언제 보는가 어디서 보는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법한 영화라곤 생각한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감독의 최고작이라 생각하는 의견도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선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