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지만 하네케의 영화는 마치 심리학 교수가 만든 영화같다. 인물의 심리, 관객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조종한다.
영화는 시선에서 시작해 시선으로 끝난다. 영화 전체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가득차 있다. 주인공 조르쥬의 시선,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 감독의 시선, 피해자의 시선.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영화 중반에 나오는 조르쥬의 편집실에서의 악마의 편집(?) 장면은 흥미롭게 보인다.
조르쥬는 시선을 주관하는 권력을 지닌 사람이지만
어디선가 날아오는 비디오 앞에서 그는 시선을 통제할 힘이 없다. 그저 철저히 제작자의 의도대로 따라갈 수밖에.
주인공은 하네케 유니버스의 메인 설정인 중산층 가정을 이루고 있다. 조르쥬는 과거에 작은(그 당시에) 죄악을 범한 바 있다. 작은 투정은 누군가에겐 거대한 파도로 다가온다. 역사도 그렇다. 역사도 그랬다.
주인공은 과거를 잊은 듯 했고, 과거가 그에게 말을 걸 때, 주인공은 다시 한번 피해자를 탓한다.
피해자는 여전히 피해자로 남는다. 가해자의 마음에 생긴 요동은 얼마나 지속될까.
영화를 보면서 왜인지 <박하사탕>이 떠올랐다.
사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그리 많진 않아 보인다.
굳이 비슷한 점을 고르자면 개인과 역사가 얽힌 이야기랄까. <박하사탕>은 역사에 담긴 개인을 말하고, <히든>은 개인에 담긴 역사를 말하려는 것 같다.
함튼, 두 감독 다 좋아하는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