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구Rouge

1987 · 관금붕 · 홍콩
연지구 포스터
90분 · 드라마 · 판타지 · 로맨스 · 15세 이상 · 출연 매염방, 장국영, 만자량, 주보의 · 음악 黎小田 · 촬영 黃仲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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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자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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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홍콩, 부유한 가문의 자제 진진방과 기생 여화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하지만, 가문의 반대에 부딪히자 저승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동반 자살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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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듯이

존재만으로도 스타가 될 운명인 것에 더해, 등장만으로도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 있다. 아마도 장국영과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그의 인생을 고려하면 어쩌면 저주와도 같을) 그 타고난 스타성은 그 대상을 도무지 조연처럼 보이게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지구>는 일백 퍼센트 매염방의 영화다. 당시나 지금이나 스타인 장국영의 존재로 인해 다소 '투톱 영화'처럼 홍보되는 듯했지만 이 영화에서 장국영은 철저하게 조연의 역할이다. 반면 매염방은 이 영화에서 대단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에너지가 넘치지는 않지만 무언가 강한 집착을 가진 귀기가 동시에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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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은 과거이자 옛 것인 공간이다. 이 시점을 다룬 모든 씬들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여성이 그저 소유물인 (지금은 존재하기 어려운 형태의) 공간, 사랑에 목숨을 건다는 남녀, 과할 정도로 진한 남녀의 러브신들. 지금에 와선 느끼하다고 여길 정도의 낭만적인 대사를 뱉는 이들. 반면 80년대의 홍콩은 쿨한 도시가 되었다. 영정을 혼내는 초초의 장면 등에서 읽히듯 상대적으로 남녀의 관계는 수평적이 되었고, 80년대 홍콩의 사람들은 더 이상 사랑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원색의 강렬한 색감으로 채색된 공간과 의상의 색감들은 이제는 화이트칼라 가득한 단순하고도 깔끔한 무드로 변모했다. 1934년 당시 의홍루라는 유곽이었던 건물은 50여 년이 지난 현재 세인트루이스 유치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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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고작 반년을 만났음에도 미래를 약속하고 약혼을 한 1934년의 여화와 진방이었지만, 1980년대 홍콩의 초초와 영정은 4년을 만났음에도 결혼을 미루고 있다. 여화와 진방은 집안이 결혼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해 동반자살을 시도하지만, 초초와 영정은 (가장 사랑의 정점인 순간인 관계를 하는 도중에도) 말뿐이라도 "죽도록 사랑해."라는 말 대신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랑 때문에 함께 죽을 수는 없다."라는 다소간 현실적인 입장을 보인다. 그래서 여화와 진방의 사랑은 낭만이자 아름다움으로 포장되지 못한다. 오히려 안타까움을 넘어 저주와 같은 비극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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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목숨을 던지는 '특별한 사랑'은 더는 전설로 기록되지 않는다. "우린 평범한 사람들이니, 사랑 때문에 전부를 던질 필요는 없어."라며 일침 하는 영정은 마치 감독의 선언처럼 들리는 것이다. 모두가 극적인 사랑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 극적인 사랑은 심지어 이제는 더는 온전히 지지받는 사회도 아니다. 죽지 않고 홀로 살아남았던 진방은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과 당당함을 모두 상실한 채 남루한 행색에 주위로부터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 노인으로 겨우 살아있으며, 홀로 죽은 여화는 진방에게 남긴 맹세로 인해 귀신이 되어서도 끝없이 님을 기다리며 현세를 떠도는 비참한 존재로 남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극적인 사랑은 더는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며, 그러한 사랑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의 결말은 아름답지 못할 것이라고, <연지구>는 이미 변해버린 냉정한 세상에서 낭만적인 사랑이 어떻게 위화감으로 비치는지에 대한 냉소적인 코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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