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영화의 주인공은 오타쿠스러운 면모가 있다. 소위 말해 인싸들의 대화에서 생기는 '귀에 밟히는 요소들'에 길길이 날뛰며 그들의 비전문성을 역겨워 하는, 허나 적극적인 논쟁 대신 한 발짝 뒤에서 '안전한 조롱'을 일삼으며 스스로의 '지식적인 우월함'을 즐기는 힙스터들. 아마도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낯 간지러운 면모를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우디 앨런 영화의 주인공들일 테다.
<맨하탄>의 주인공 아이작은 그러한 캐릭터 중 단연 돋보인다. 한 여자만 바라봐야 하며 바람은 싫다며 자신은 이에 살짝 벗어나게, 17세의 소녀 트레이시와 교제하고 있다. 메리에게 버림받는 순간 본전을 구하듯 트레이시에게 매달린다. 아이작의 전 배우자였던 '질'의 언급을 그대로 빌린다. "그는 격노의 화신이며 유대계 편집증 진보주의자 남성 우월주의자 독선적인 염세주의자 절망적인 허무주의자다. 인생에 불만이 많으나 해결책은 없다. 예술가가 되길 열망하지만 불가피한 희생은 주저한다. 가장 사적인 순간에는 죽음의 공포를 논하는데 이 비극적 절정은 사실 자아도취에 불과하다."
우디 앨런의 영화를 설명하는 여러 수식어가 있겠지만 '영상미'가 그 중 처음으로 오는 수식어는 아니었을 테다. 허나 <맨하탄>의 흑백 영상미는 그러한 생각을 재고하게 만든다. '어둠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는 재담스런 앨런의 농담 속에서도 이 영화를 우아하고 고전적인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한다. 신기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감독을 만난,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 씬. 그리고 브루클린 다리의 이미지.
이토록 아름다운 이미지는 역설적이게도 영화의 이야기와 매 순간 조응하진 않는다. 낭만스런 영화의 이미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뉴욕의 이미지이겠지만, 그 공간에선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일상과 해프닝들이 산재해 있다. 뉴욕의 앞면과 단면. 우디 앨런은 뉴욕의 신화를 그만의 방식으로 탈신화화한다. 결국 우디 앨런이 모든 "뉴요커"들에게 하고픈 말은 영화의 마지막, 트레이시가 아이작에게 건넨 말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