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The Match

2025 · 김형주 · 한국
🏆 청룡영화상 각본상
승부 포스터
115분 · 드라마 · 역사 · 12세 이상 · 출연 이병헌,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 음악 조영욱 · 촬영 유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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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자가 된 조훈현. 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던 그는 바둑 신동이라 불리는 이창호를 제자로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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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묘미보다 승부의 무게를 더 절묘하게 그려낸, 묵묵한 걸음의 힘을 아는 영화

조훈현의 비상으로부터 시작하는 본작의 이야기는 절대 다수를 위한 바둑 영화다. 바둑에 전혀 지식이 없는 관객들도 알 수 있도록, 본작은 대국을 보는 이들의 '리액션'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초반부터 경쾌하게 흘러가는 내러티브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상을 주며, 진지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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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이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지 어언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특히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2020년대 들어서 그의 모습이 가장 빛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승부>, 그리고 시리즈에서는 <우리들의 블루스>와 <오징어 게임>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이미 경지에 오른 배우임에도 마치 한 번 더 알을 깨고 나온 듯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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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최고의 연기 중 하나를 선보인 이병헌의 맞상대는 유아인이었다. 그의 사건사고를 완전히 차치하고서, 그의 재능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유아인은 그야말로 악마의 재능이었다. 이병헌의 제자 역할을 맡을 만한 연령대의 배우 중에서, 이병헌의 에너지를 온전히 감당할 배우가 한국에 몇이나 될까. 또한 어린 이창호 역을 맡은 김강훈의 연기도 극찬할 만하다. 시리즈를 거의 보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인해 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지만, 본작에서 그의 연기는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충무로에서 연기력이 뛰어난 젊은 남성 배우의 수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김강훈이 그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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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가든 본작의 이야기는 엄중하고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바둑이라는 경기가 수다스러움과 유쾌함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본작은 코미디적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는 데 성공했다. 조훈현의 주변 인물인 천승필과 이용각 등의 캐릭터가 감초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해주고, 이병헌의 깨알같은 개인기로도 유머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승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이런 균형감각에 있다.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지만 유치하지 않다. 또한 <승부>는 정직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본작은 관객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제공한다. 이 영화가 불필요한 갈등을 억지로 끼워 넣거나, 구차한 로맨스를 추가해 진정성을 해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허튼 수를 부리지 않는 <승부>는 묵묵한 걸음의 힘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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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부>는 태산 같은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는 순간을 겪어내는 스승의 성장 이야기다. 본작에서 이창호가 외면적인 변화를 겪는 인물이었다면, 내면의 진정한 변화를 겪는 인물은 스승인 조훈현이다. 그렇기에 본작의 주인공은 조훈현이다.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두 천재의 변화도 흥미롭다. 마지막 국수배에서 창호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승부에 성의를 다하라고 하던 훈현은 '무심'을 적고, 기원에서 형들을 일대다로 상대하며 무심한 듯한 한 수 한 수로 그들을 정리해 스승에게 혼까지 났던 창호는 '성의'를 적는다. 이 미묘한 교차가 본작의 핵심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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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작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촌스러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창호의 할아버지가 등장할 때마다 대화의 형태가 지나치게 진부하게 느껴진다. 또한, 대하드라마의 도입부를 연상케 하는 '힘이 잔뜩 들어간' 내레이션은 관객을 경직시키며, 영화를 지나치게 '이야기'적으로, 'formal'하게 만든다. 왜 내레이션을 선택했는지 의문이 든다. 조훈현의 전락을 비추는 과정도 의문스럽다.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고 좌절하는 조훈현을 담아낸다는 '선택'은 좋았으나, 그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술에 취해 비 내리는 밤거리를 헤매다 구역질하는 장면을 넣은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 이는 스테레오타입적인 연출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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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후반부의 맥없는 '해설'도 아쉽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는 바둑 영화'라는 방향성은 이해되지만, 대국의 모든 내용을 중계하듯 설명하는 방식은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상당히 지루하게 다가온다. 특히 영화 중반 최고의 서스펜스를 보여준 '첫 승부' 장면과 자연스럽게 비교되며, 최종 승부의 연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선택은 이해되지만, 그게 최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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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바둑을 넘어, 승부와 성장의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다. 허튼 수 없이 묵묵히 나아가는 태도는 이병헌과 유아인의 연기, 그리고 영화의 내러티브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다만 연출적인 면에서 일부 아쉬운 요소가 존재하며, 특히 태만한 인상을 풍기는 내레이션과 최종 승부의 연출은 개선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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