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리오'에게 도리를 운운하며 '버니 번바움'을 해치우고 싶다는 인물의 얼굴이 보인다. 자니 캐스퍼의 외모마저도, 명백히 <대부>의 오프닝을 오마주한 이 시퀀스. 그러나 이 시퀀스의 미술과 결말은 <대부>의 그것과 정반대의 길을 간다.
'어둠의 왕자' <대부>의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가 인물들의 얼굴에 강한 음영을 주었던 것과 달리 <밀러스 크로싱>의 이미지에는 그림자가 없이 모든 면이 동등하게 비춰진다. 마지막 역시 자니는 <대부>와 달리 화를 낸 채 그 공간을 뛰쳐나간다. <밀러스 크로싱>은 <대부>와 다른 길을 간다.
주인공은 목표가 없으며 바라는 것도 없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는 갱스터에 대한 매혹을 관객에게 조달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부유하는 한량의 모습이 갱스터인 그에게서 보인다. 매번 위기를 극복하는 '탐'이지만, 그 극복의 대부분은 우연히 우연히 '어쩌다 보니'의 결과다. 영화의 모두는 그의 행적이 능력에 의한 필연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우연의 결과물들이다.
다만 신기하게도 주인공의 모습은 추하면서 멋이 살아 있다. 매번 '맞기만' 하는 그의 모습과, 문제를 강력하게 돌파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동네북 갱스터'의 모습이지만, 매 순간 침착하고 동요 없는 표정과 자세에선 소위 말하는 '간지'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이는 주인공 탐을 완벽에 가깝게 연기한 배우 가브리엘 번에게 큰 공로가 있었으리라.
더불어 완벽에 가까운 각본이 영화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일순간에 뜨겁게 폭발하는 액션들, 예측할 수 없는 탐의 행동, 반전, 배신과 배신, 마지막까지 관성에 이끌리지 않는 탐의 자유로움. 이 모든 것이 코엔 형제 그들이 필생에 거쳐 이야기하는 '인간사의 아이러니'를 말하기 위해 달려간다. 그리고 완성된 <밀러스 크로싱>은 코엔 형제의 필모그래피에서 하나의 정점같이 보인다.
2022.8.20 2번째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