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포드는 제시 제임스를 동경했다. 단순히 팬으로서가 아니라 정신적 지주로까지 삼은 것으로도 느껴진다. 로버트 포드는 오직 제시 제임스와 함께 하기 위해 그의 밑으로 들어갔다. 그는 늘 자신이 모아 두었던 '로버트 포드의 전설이 담긴' 수집품들을 가지고 다녔다. 영화 내내 둘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같았다. 허나 책이나 사진에서 봤던 제시 제임스의 신화는 그와 실제로 가까워지며 산산히 무너졌다. 제시 제임스의 입에서 그러한 신화가 "전부 거짓말이야"라고 말한 초반만 하더라도 로버트 포드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겪을수록 로버트 포드의 마음 속 제시 제임스는 사라져갔다. 영화의 후반부 로버트 포드는 결국 제시 제임스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는 그냥 인간일 뿐이야." 라고. 영웅이었던 그가 그저 정신착란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병자임을 느꼈을 때 로버트 포드는 제시 제임스를 암살한다. 살부의 모티프가 들어있다 말하는 것은 비약일까.
무엇보다 <로버트 포드>는 퇴락한 서부극에 대한 은유다. 전설과 진실의 차이. 서부극과 현실이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인지 그 불편한 진실이 대중들에게 스며들며 서부극은 사멸했다. 그러나 서부극의 신화가 사그라들었을지라도 억척스러울 정도로 숨이 끊어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 죽은 제시 제임스는 바로 서부극의 그런 것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 허위도 있고 과장도 들어가 있지만 후대에 끝끝내 남는 한 전설. 제시는 죽어서도 그 명성이 죽지 않았으며, 찰리와 로버트는 그를 죽여 유명세를 얻었으나 결국 죽은 제시에게 밀려 도태된다. 사공명주생중달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로버트 포드>에는 내레이션이 시종 깔린다. 영화 내에 등장하지 않는 이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마치 문학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서정성이 가득한 영상은 영화계의 복이다. 로저 디킨스의 빛나는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단연 그의 최고작이다. 이 영화에는 감독 앤드류 도미닉보다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공이 크다고까지 말하고 싶다. 특유의 역광 촬영은 이 영화에서 눈이 아찔해질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표현되어 있고 영화의 모든 장면에선 엄숙함과 비정함이 깃들어 있다. 마치 흑백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이 영화의 놀라운 대비.
브래드 피트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감독은, 브래드 피트가 타고나게 갖고 있는 '활력'을 자신의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유머를 잃지 않는 인물이거나 에너지가 넘치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의 캐릭터가 매번 뻔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브래드 피트를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으로서 그는 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된다 생각한다. 브래드 피트의 '스타 본능'을 최대한 억제한 채 그를 사용한 작품이 세 편 생각난다. <트리 오브 라이프>, <애드 아스트라>, 그리고 이 영화. 그 중에서도 <로버트 포드>가 브래드 피트의 최고 연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에도 박수를 보내게 된다. 케이시 에플렉의 흔들리는 얼굴에는 설득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