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DC는 시그니처와도 같은 '뇌절 이펙트'가 있다. 초반 아기들을 구출하는 씬에서 특히 그렇다. 무리한 듯 보이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독이 되는지 득이 되는지는 DC의 작품들마다 제각각이었다. 나는 아직 이 영화에 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그말인즉슨, 썩 성공적이진 못했다는 것일 테다.
재료들은 꽤 좋은 영화이지만 온전히 다 사용하지 못한 채 끝난 듯해 아쉽다. 마블의 아이언맨 - 스파이더맨 관계를 연상시키는 배트맨 - 플래시의 관계를, 어쩌면 DC 코믹스에서 정식으로 선보이는 영화였을 텐데 이를 더 길고 선명히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연으로 치부하기엔 물리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배리와 함께 한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과 슈퍼걸을 제법 쉽게 '사망처리한' 순간 조금은 의아했다. 관객들과 정들어버린 히어로들이 쉽게 퇴장하는 것엔 그만한 납득거리가 필요하다. 무려 두 명의 히어로를 희생했다면 조드의 아우라는 더 다뤄졌어야 한다. 두 명의 '목숨값'을 이 영화는 하지 못했다. 물론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빌런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다뤄지는 그야말로 대 멀티버스의 시대에서 이 영화 역시 멀티버스 소재를 끌고 들어오지만, 일방통행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도착하는 플래시지만 직장에는 항상 지각하는 배리다. 끝없이 정면을 보고 달려가는 동시에 그 방향성은 후회를 바로잡기 위한 과거로 향한다. <플래시>는 대척점의 영화다.
애즈라 밀러는 그야말로 현 시점 할리우드에서 '악마의 재능'이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일 것이다. 분명한 오락임에도 감정적인 순간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었음은 후반부 애즈라 밀러의 굉장한 연기로 인함이었다. <플래시>에서 배리는 성장을 향해 가지만, 애즈라 밀러는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