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A는 필모그래피를 반추하는 메리트가 상당한 감독이다. 한 편의 작품 안에서도 변화무쌍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시기마다 자신의 스타일이 분명하게 변주되어 왔다.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 그 광기가 스멀스멀 감지되었고,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마스터>는 그 광기가 예술적으로 가장 탁월하게 스며든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마스터> 이후 본작에 이르러서는, 그 광기가 너무 멀리 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와킨 피닉스는 강렬한 연기로 유명하지만, 이렇듯 나른한 연기에도 정평이 나 있는 배우다. 본작에서도 그는 무기력하고 느릿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이전의 <투 러버스>에서도 이미 이런 인상을 보여준 바 있다.
본작의 남성들은 아마도 PTA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지지부진하며 무능한 남성들일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움직이지만 성과는 없고, 그 움직임들마저 자의적이라기보단 수동적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몸짓에 가깝다. 반면 여성들이 등장할 때 이야기는 비로소 전진하며, 그녀들이 이야기의 실마리와 동력을 제공한다.
다만 이 영화가 PTA의 영화치곤 인상적이지 않다. 순차적으로 느껴지는 문제점은 이렇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길고 정보량도 많다. 하지만 그 정보들이 직선적인 이야기 위에 정연하게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인 서사에 산발적으로 붙어 있다. 관객은 그것들을 조합해 내기 위해 애써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의욕이 사라진다. 본작의 주안점이 어떤 ‘내용’보다는 ‘분위기’ 그 자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본작은 감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영화다. 그야말로 씨네필들을 위한 영화다.
PTA가 저 시기와 히피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체감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