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는 훌륭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마초적인 성향에 초인류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순진하고 의리 있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팬을 만들었고, 나 역시 토르의 팬이다. 명백히 MCU의 3대 코어 인물 중 한 명일 테다.
MCU의 3대 코어 인물 중 아이언맨은 인피니티 사가의 마지막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며 캡틴 아메리카는 역시 같은 영화에서 장엄한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한 명인 토르는 여전히 현역이지만 이 영화는 현재까진 그의 마지막 솔로 무비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사 페이즈를 전개하는 어떤 기능적인 영화로 전락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선 그의 팬들에게, 또 토르라는 캐릭터에게 기억에 남을 선물을 해 주어야 한다. 그게 프랜차이즈라는 시스템 안에서 한 캐릭터의 마지막 영화가 가지는 과제이다.
도대체 이 영화엔 무엇이 있는가. 토르는 이 영화에서 눈치 없이 실없는 유머만 날리는 아재가 되었다. 그가 앞으로 몇 편의 MCU 작품에 모습을 드러낼 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그의 마지막이라 불릴 수도 있는 영화치곤 토르의 마무리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제인 포스터, 마이티 토르라는 캐릭터는 그녀의 '스러지기 전 마지막 불꽃'을 보여주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 억지스럽다. 이 영화의 제인 포스터는 죽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 같다. 토르의 비극을 강조시키기 위해.
사막을 헤메던 혈혈단신이 무슨 까닭으로 검에게 선택이 되고 신들을 쓰러뜨리며 활보하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MCU에서 가장 휘발적인 빌런 같다. 몸짓과 표정으로도 연기하는, 분장이 굳이 필요 없을 것만 같은 크리스찬 베일의 굉장한 연기는 그래서 아까웠다.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도 좋고, 크리스 헴스워스의 연기도 좋았다. 배우들은 잘못이 없다.
이따금씩 락스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히 G.N.R) 음악과 패션, 도전적인 흑백 시퀀스 등 기억 나는 장면들은 있지만, 영화의 내용이 없다. 심지어 그들이 잘하던 떡밥에서도 만족스럽지 않다. 오락은 오락으로 기능하면 그만이지만 감독의 의도만큼 우리가 충분히 즐기지는 못한 것 같다.
+ 이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상영관에 관객이 가득 차고 매표소에 팝콘 냄새가 가득한 극장 이 곳이 너무 좋다. (7/10. CGV 의정부 IM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