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이 범작 내지 졸작이었지만, 어쨌든 그 결말로 인해 본작에 흥미로운 떡밥이 생겼다. 그 떡밥을 결과적으로 잘 사용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전작에서 갸웃하게 만들었던 것은 결말에서의 선택에 관해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는데, 본작 역시 그러한 ‘부족한 설득’의 아쉬움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다. 본작의 오프닝에서 공룡과 공존하는 현 상황이 사망사고가 1년에 37건이나 나올 만큼 위태롭다고 설명했음에도, 영화의 결말은 그것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다만 착한 톤’으로 공★존★을 외치며 마무리된다. 그래서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든다.
이 시리즈의 작품마다의 다른 점은 ‘공간 변화’다. 이슬라 누블라 섬–록우드 저택–바이오신 보호 구역이라는, 메인이 되는 공간이 매 편마다 변해 가는 것은 분명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 언제나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굳건하게 공룡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무선 이어폰 통화 장면, 클레어와 산토스의 빌딩 액션, 예상치 못했던 클레어의 강렬한 액션들, 그리고 헬기 액션씬들은 장면만 따로 보면 괜찮게 나왔지만, 정작 이 영화의 포커스가 어디 있는가라는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클레어처럼, 캐릭터 붕괴에 관해서라면 헨리 우도 언급해야겠다. 메이지의 비밀을 풀어주기 위해 기능적으로 ‘변경’된 것 같은데, 덕분에 카리스마 없이 도구로 전락해 버린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팬서비스 차원에서 등장한 오리지널 3인방의 모임은 분명 의미 있는 순간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 ‘공원’과 ‘월드’의 콜라보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순간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트릴로지의 주인공들을 공기처럼 만들어 버렸고, 단순히 오리지널 시리즈 서사에 빚진 ‘떡밥 회수’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어디일까? 꼽을 수가 없다. 제임스 카메론식 웅장한 클라이맥스와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영화다. 그래도 기가노토사우루스가 등장하는 장면만큼은 이 프랜차이즈 고유의 ‘epic’스러움을 잠시나마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