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는 다양한 구도가 공존하는 흥미로움을 지니고 있다. 우선 당연히 두 생물, 공룡과 인간의 대비가 있을 것이다. 두 주인공도 정확히 대립된다. 공룡을 고평가해 공룡과 '교감'할 줄 알며 공룡들의 정서를 고려하는 오웬과, 공룡을 저평가해 공룡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며 효율적으로 그들을 관리하려 하는 클레어. 두 인물의 차이는 멜로의 정서를 곁들이면서 영화의, 더 나아가 이 시리즈 전체의 중심적인 의제로 확장된다. 이 세상에 공룡이 닥쳤을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에 공룡들을 길들여 무기로 쓰고 싶어하는 호스킨스의 존재까지 흥미를 더한다. 그는 멸종된 놈들을 우리가 다시 만들어낸 것이니 공룡에 대한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다 주장하는데, 러닝타임 내내 오락의 화려함을 즐기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자연스레 고려해 보게 되는 것은 이 프랜차이즈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다.
또한 이야기적으로 한쪽에선 평화로운 ‘관광’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월드의 한켠에선 공룡들의 탈출로 인한 재난이 벌어지고 있다. 그 평화와 재앙이 결국 만나게 될지, 아니면 영웅이 등장해 사태를 봉합하게 될지의 서스펜스가 이 영화를 꾸준히 흥미롭게 만든다.
오리지널 시리즈에 비해 발전한 그래픽은 분명한 장점이다. 특히 모사사우루스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많지 않고 짧은 시간임에도 대단한 임팩트를 보여준다. 익룡들이 터전을 탈출해 민간인들에게 날아드는 장면도 강렬하고, 무엇보다 티라노라는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와 인도미너스라는 21세기형 공룡 간의 일기토는 순수한 스펙터클의 쾌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드라마적으론 폐기에 가깝다. 특히나 클레어라는 이성적 인물이 결국 감성적 인물인 오웬의 정서에 감화되는 과정은 감성을 선, 이성을 악으로 바라보는 전통적인 영화 매체의 관습을 답습한다. 영화에서 감성은 거의 대부분 이성을 이긴다. 결국 이 영화는 압도적인 볼거리와 스펙터클은 제공하지만, 인물 서사의 층위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