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의 톤과 함께, 추락으로 오프닝이 시작한다. 출소 당시의 모습에선 착하게 살 것을 다짐하지만 어딘가 뺀질거리는 얼굴이 가득한 칼리토를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관객은 그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인 당구장 시퀀스는 폭발하는 총격씬이 일품이다. 드 팔마의 팬인 타란티노의 <바스터즈>가 절로 떠오르는, 누가 누굴 죽일지 모르는 강렬함이 좋다.
"범죄는 자초 안해도 늘 내 뒤를 따란다닌다"라며 칼리토는 한탄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칼리토는 행동주의자가 아니다. 다수의 갱스터/느와르 영화의 주인공들과 같이 행동한 이후에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다. 이미 한 번의 수감을 거친 그이기에 이전과 같은 과감함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단지 소박한 수준의 돈을 가지고 조용히 살고 싶어 한다. 허나 비참하게도 과거의 흔적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뿐이다.
드 팔마의 센스는 빛난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친구 데이브에게 복수하는 병원의 시퀀스는 칼리토라는 인물의 재치 뿐 아니라 감독의 센스 역시 돋보인다. 무엇보다 극의 하이라이트인 지하철 추격전은 이 순간들에서 그가 접신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똑하고 몰입감 있는 시퀀스였다 생각한다.
<스카페이스>는 상대적으로 알 파치노의 독자적인 존재감이 돋보인다. 더불어 <스카페이스>는 드 팔마스러운 향기가 적다. 훌륭한 영화지만 다소 이질적이다.
갱스터/느와르 영화 중 이렇게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영화가 있었던가? 출소한 이후에도 이전의 연인을 찾아가는 그의 순정을 강조하는 연출들이 놀랍다. 특히 게일의 집 문을 앞에 둔 채 시작되는 일련의 러브씬들은 음악의 과한 사용마저 로맨틱하게 느껴질 정도의 강한 힘이 있다. 마지막 흘러나오는 테마곡은 그저 멍하니 들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