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와일더다. 역시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각본이다. 단지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각본은 좋은 각본이 아니다. 좋은 각본은 사건이 많이 일어나더라도 그것들이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으로 이어지는 능청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각본이다.
안경 쓴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어처구니없고도 달콤한 환상을 갖는 '슈가'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자신을 부유한 인물인 양 속이는 '조'는 모두 전근대적이고 구시대적인 캐릭터의 전형이다. 그렇기에 구시대적인 여자와 남자가 결말에 이르러 구시대적인 껍질을 탈피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모던하고 가치있다.
갱스터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접합된 이야기는 지금 시점에도 모던해 보이며 퀴어 소재를 유쾌하고도 미묘하게 사용하는 용기도 있다. 미끄러지듯 등장하는 코미디 요소들도 가득하다.
숏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코미디와 로맨스를 분리하는 영화적 시도도 인정할 만하다. 결말에 이르러 인물간의 오해가 다소 맥없이 해결되는 느낌이 있었지만 영화의 전반을 감싸는 유쾌하고 가벼운 정서가 그마저도 영화의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로, 나는 마릴린 먼로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게슴츠레 뜬 눈에 팔자주름 깊은 입가, 내가 그녀를 떠올리는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만 생각한다면 과연 그렇게 대단한 스타였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의 마릴린 먼로는 정말 엄청난 매력을 보여준다. 그녀가 등장하는 순간마다 그저 한 명의 인물로선 나올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관능적인 매력으로 유명한 그녀지만 이와 반대되게 순수한 느낌을 주는 눈동자 또한 강렬하다. 세상을 떠난 지 어언 6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그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닐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