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은 필름 느와르 시기 영화들의 무기 중 하나다. 흑과 백의 대비, 공간의 심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밑을 둘러보다 사무실에 들어가는 오프닝의 일련의 움직임까지. 첫 장면만으로 <이중 배상>은 정말 흑백 포맷의 축복과도 같은 비주얼을 보여준다.
영화의 오프닝이 시간 순으론 맨 마지막인, 다시 말해 범죄 장르임에도 시작부터 범인을 관객에게 알려주고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내내 그 이야기가 흥미로운 까닭은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들마저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완전범죄를 만들기 위해 알리바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네프의 행적은, 이미 그가 종국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 실패자로서의 모습으로 남을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탄이 나오며 그의 걸음 걸음을 집중하며 지켜보게 된다. 관객으로 하여금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범죄인데 이것이 과연 어떻게 뒤집혔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품게 하며 영화는 지루함을 만들지 않는다.
이를 또 정반대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범죄의 밤 다음 날 과하게 긴장한 채로 출근하는 네프의 모습은, 이미 그의 행적과 그의 멸망을 알고 있는 관객으로선 매 순간 벌벌 떨고 있는 그의 모습을 초 단위로 생생하게 관찰 가능하게 한다. 장치 하나로 한 씬의 컨텐츠를 이리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란!
각본뿐 아니라 깨알같은 지점에서의 재치 넘치는 연출들도 있다. 자신의 집에 찾아왔던 필리스가 떠난 뒤 마치 '그녀는 여기 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증거를 인멸하듯 카펫을 정리하는 네프의 모습이 담긴 숏이라거나, '보관용'이라며 (사실은 사망보험 가입 신청서인) 자동차 보험 밑 종이를 슬쩍 보이는 네프의 모습이라거나, 마침 네프의 집에 도착한 필리스가 키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문 뒤로 숨으며 서스펜스를 만드는 순간 같은 장면은 이 영화가 단지 잘 뽑힌 각본 하나의 힘으로만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다만, 이야기의 거의 마지막을 첫 장면으로 배치한 영화의 구조상 엔딩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도 중요한 부분일텐데, 어떤 한 번의 '순간' 없이 그저 사그라드는 인물만을 제시한 것은 내 기대에 비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